'25년 위작 논란' 천경자 화백 '미인도' 진품 결론
2016-12-19 16:36
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1991년부터 25년간 진위 논란이 제기된 고(故) 천경자 화백의 작품 '미인도'에 대해 검찰이 '진품'이라고 결론내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배용원)는 올해 5월 천 화백의 차녀인 김정희 씨가 미인도 위작논란과 관련 국립현대미술관 전·현직 관계자 6명을 고소·고발한 사건에 대해 미인도를 진품으로 결론 내렸다고 19일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 전 학예실장 1명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전문기관의 과학감정, 전문가 안목감정, 미술계 자문 등을 종합한 결과 미인도의 제작기법이 천 화백의 양식과 일치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논란이 된 미인도의 진위를 확인하고자 안목감정은 물론 X선·원적외선·컴퓨터 영상분석·DNA 분석 등 과학감정 기법을 총동원했다. 그 결과 천 화백 특유의 작품 제작 방법이 미인도에 그대로 구현됐다고 판단했다.
여러 차례 두텁게 덧칠 작업을 하고 희귀하고 값비싼 '석채' 안료를 사용한 점 등도 위작자의 통상적인 제작 방법과는 다른 점이라고 검찰은 밝혔다.
육안으로는 잘 관찰되지 않는 압인선(날카로운 필기구 등으로 사물의 외곽선을 그린 자국)이 꽃잎', '나비' 등 천 화백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미인도에서 나타나는 점도 주요 근거로 꼽았다.
수없이 수정과 덧칠을 반복해 작품 밀도와 완성도를 높이는 천 화백의 독특한 채색기법도 판단 근거였다. 덧칠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그림 밑층에 다른 밑그림이 나타나는데 이는 천 화백의 '청춘의 문'(68년작)에서도 동일하게 표현된다는 게 검찰 측의 설명이다.
검찰 측은 "위작의 경우 원작을 보고 그대로 베끼거나 약간의 변형을 가한 스케치 위에 단시간 내에 채색작업을 진행하므로 다른 밑그림이 발견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프랑스 감정팀은 미인도와 천 화백의 그림 9점을 특수카메라로 비교한 결과 양 작품에 차이가 있다는 의견을 검찰에 제출했다. 그러나 검찰은 해당 감정은 심층적인 단층분석기법이 활용되지 않았고, 비교군으로 사용된 다른 작품들마저도 해당분석방식으로는 진품일 확률이 4%수준에 불과해 최종 판단 근거로 활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이번 결론은 과학적인 기법까지 동원해 작품의 진위를 가린 의미 있는 결과물이지만 천 화백의 유족 측은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미인도의 유통 경로의 출발점이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1977년 천 화백이 중앙정보부 간부에게 미인도를 비롯한 그림 2점을 선물했고 이 간부의 처가 대학 동문인 김재규 부장의 처에게 미인도를 선물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