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거 실종’ 위기의 WBC 김인식호

2016-12-19 00:10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기술위원회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 나선 김인식 대표팀 감독.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주경제 서민교 기자 = 내년 3월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리는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김인식호’가 메이저리거 없이 국내파로만 대표팀을 구성해야 할 위기다.

현재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포함된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선수는 추신수(34·텍사스 레인저스) 이대호(34·전 시애틀 매리너스)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다. 하지만 4명의 선수 모두 최근 구단의 반대와 개인 사정에 의해 태극마크를 달기 힘들어졌다.

일단 강정호는 최근 음주운전 사고 후 도주한 사건으로 자숙에 들어간 상태다. 과거 KBO리그에서 뛰던 시절 두 차례 음주운전 적발 사례까지 드러나 ‘삼진아웃’을 당했다. 국민 정서상 국가대표 차출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강정호는 개인 훈련에 집중하고 있고, 김인식 대표팀 감독도 마음을 비웠다.

추신수도 상황이 좋지 않다. 텍사스 구단은 최근 “부상 위험이 있는 추신수를 비롯해 다르빗슈 유, 엘비스 앤드루스의 WBC 불참 요청서를 공식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이 요청을 받아들이면 추신수는 대표팀 합류가 불가능하다.

2009년 WBC에서 대표팀의 중심타자로 나섰던 추신수는 2013년 WBC에는 팀 이적과 맞물려 불참했다. 이번 대회에 ‘마지막 태극마크’를 달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인 추신수는 구단에 큰소리를 칠 수 있는 입장도 못된다. 올 시즌 부상으로 4차례나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48경기 출전에 그쳤다. 비싼 몸값 역할을 해내지 못한 추신수는 팀 내 분위기가 좋을 리 없다.

김현수도 볼티모어 구단의 반대 목소리가 들린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플래툰 시스템으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으나 여전히 팀 내 경쟁을 벌여야 한다.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 역시 김현수의 대표팀 출전에 부정적이다. 김현수가 대표팀이 아닌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내년 시즌을 준비하길 바라고 있다. 김현수도 주전 경쟁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소속팀이 더 중요한 상황이다.

올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대호는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다. ‘무적’ 상태이기 때문에개인 의지가 중요하지만, 아직 새로운 팀을 결정하지 못했다. 내년 1월 이후 소속팀이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대호가 새로운 팀을 찾을 경우 적응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실상 대표팀에 합류해 훈련을 하긴 어렵다.

이미 메이저리거 오승환(3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류현진(29·LA 다저스)은 재활 등의 이유로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지난 WBC 대회에서 최악의 성적을 냈던 대표팀이 국내파로 최선의 결과를 내야 하는 위기다. 김광현(28·SK 와이번스)과 이용찬(27·두산 베어스), 정근우(34·한화 이글스)도 수술로 김인식호 승선이 힘들어 최종 엔트리를 꾸리기도 벅차다.

한편 한국은 이번 WBC 대회에서 A조에 속해 이스라엘, 대만, 네덜란드와 고척 스카이돔에서 예선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