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진은 오지도 않았는데…다음달 가창오리 상륙 AI ‘초비상’

2016-12-14 15:18
확산 속도 역대급…2014년 AI 원인 지목됐던 가창오리에 긴장
무조건 살처분 대책에 따가운 시선…“무조건 올해 넘기지 말아야”

[사진=상주시 제공]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속도가 역대급으로 진행 중인 가운데 이달 말이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4년 국내 가금류 1400만 마리를 살처분으로 몰고 간 가창오리떼의 본격적인 국내 상륙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과 농가들은 가창오리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 AI 확산이 더 빨라질 수 있다며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2014년 AI 발생 근원지로 ’가창오리‘를 지목했다. 실제 AI 원인으로 가창오리 50만 마리가 남겨놓은 AI 바이러스에 농장 가금류가 감염됐다는 분석도 제기돼 왔다.

정부로서는 가창오리가 몰려오기 전에 AI 사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부담을 떠안게 된 셈이다.

농가에서는 아직 본진도 오지 않았는데, 정부가 마땅한 대책 없이 살처분만 내놓으며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질책이다. 이미 AI 피해가 역대 최고를 돌파한 만큼 확실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14일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가창오리는 아직 국내 개체수가 적다. 11일 현재 개체수가 많이 기록된 종은 청둥오리(15만8990개체), 쇠기러기(15만5643개체), 가창오리(11만8948개체) 순이다. 지난해 말 식별된 가창오리는 48만3243개체였다. 올해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가창오리가 국내 서식지에 올 것으로 환경부는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철새들의 국내 상륙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정부는 대응마련에 분주하다. 환경부는 전국 주요 철새도래지와 AI 발생지 인근지역에서 시료(분변, 포획) 수집, 폐사체 수거 후 검사 등 사전 작업을 추진 중이다.

또 부남호 등 주요 철새서식지 5개소에서 일반인 출입통제를 강화하고 전국 철새서식지에서도 일반인 접근을 금지하는 등 원천 차단에 나섰다. 순천만, 을숙도, 천수만 등에서 시행하는 탐조 프로그램도 운영 중단조치를 내렸다.

환경부 관계자는 “가창오리는 2014년 발생한 AI 바이러스로 지목된 만큼 신경써서 모니터링하고 있다. AI 확산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가창오리 등 철새 대규모 도래 예정인 지역을 중심으로 즉시 출입통제가 가능토록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14일 현재 AI 피해는 역대 최대 기록을 넘어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4일 0시 현재 257농가에서 166만9000마리에 대한 살처분이 완료됐고, 27농가 378만 마리에 대한 살처분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기간으로는 지난달 16일 전남 해남군과 충북 음성국 가금류 농장에서 H5N6형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지 28일 만이다.

지난 2014년에는 195일 동안 1396만 마리가 살처분 됐다. 닭 중에서도 산란계(알 낳는 닭)는 전체 사육 마릿수 9.8%에 해당하는 754만3000마리가 살처분 완료돼 계란 수급 불안과 가격 상승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무차별적인 ‘도륙’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살처분에도 들불처럼 번지는 AI 확산세를 꺾지 못하는데 대한 질타인 셈이다. AI가 발생한 뒤 법석을 떠는 ’사후약방문‘식 대응이라는 부분도 짚어야 할 대목으로 꼽힌다.

허주형 한국 동물병원 협회장은 “최전방 야전사령부 겪인 시·도 가축위생연구소에 AI 간이검사 기능만 있는 것이 문제”라며 “일선 기관 검사와 방역 기능을 강화해 초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 회장은 이어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동물 질병을 관리할 고위직 가운데 수의사는 동물질병관리부장이 유일하다. AI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이라며 “그나마도 2개월가량 공석으로 뒀다가 야생조류에서 AI가 확인된 뒤 임명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