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고용절벽' 온다...청년 실업률 올랐는데 기업 내년 채용 줄인다
2016-12-14 14:07
청년층 실업률 8.2%, 2003년 11월 이후 가장 높아
아주경제 원승일 기자 =“요즘 같은 불경기에 신입은 커녕 자리 안 빼면 다행이죠. 아직 내년 채용계획은 확정된 게 없지만, 회사가 전시 상황이라 적어도 늘지는 않을 겁니다.” 한 대기업 인사 관계자는 내년 채용시장에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우려됐던 ‘고용절벽’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8%대로 치솟은 청년 실업률은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기업은 저마다 내년 신규 채용을 줄일 태세다.
특히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조선·해운업은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수주 급감에 대량 실업을 예고하고 있다.
내년 실업률이 2001년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한국노동연구원의 보고서는 전망이라기보다 현실에 가깝다.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 실업률은 8.2%로 같은 달 기준으로는 2003년 11월(8.2%) 이후 가장 높았다.
여기에 내년 초부터는 졸업·취업시즌을 맞아 상당수 청년이 노동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여 실업률은 더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은 ‘2017년 고용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실업률이 3.9%로 올해(3.7%)보다 높고, 2001년(4.0%) 이후 가장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고용을 뒷받침하는 제조업 취업 상황도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여파로 더욱 악화되고 있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0만2000명 감소했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감소세가 5개월 연속 지속되는 것이다. 10월(-11만5000명)에 이어 두 달 연속 10만명대 감소를 보였다.
제조업 취업자가 2개월 연속 10만명 이상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9월 이후 7년2개월만에 처음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업은 채용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최근 한 취업포털이 기업 378곳을 대상으로 내년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정규직 신입사원을 채용할 계획이 있다고 밝힌 기업은 60%에 그쳤다. 올해 초 신입 채용 계획을 밝혔던 기업(70%)보다 더 낮아진 것이다.
정부도 △미국의 금리인상 △트럼프 신 행정부 출범 등 대외 불확실성 △기업 구조조정 △경제심리 위축 등 고용시장의 하방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고 봤다.
이를 의식한 듯 정책당국도 내년 일자리와 민생 관련 예산집행을 강화할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 일자리 수만 늘리는 사업은 오히려 실업률을 부추기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성재민 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인턴 등 질 낮은 일자리가 많이 늘수록 취업과 함께 실업도 잦아져 실업률이 높아질 수 있다”며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노력과 동시에 정규직 전환 등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