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국서 사라진 우버, 베트남서 쾌속 질주하는 이유는

2016-12-14 14:18
하노이 맞춤형 '오토바이' 우버 통했다

[이정하 기자]


(베트남 하노이) 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는 오토바이 우버가 달리고 있었다. 우버는 지난 4월부터 베트남에서 오토바이 택시 '우버모토' 서비스를 시작했다. 공유경제를 바탕으로 한 우버가 오토바이의 천국이라는 베트남의 현지 상황을 고려해 출시한 결과물이 우버모토다. 우버모토는 올해 2월 전 세계에서 태국(방콕)서 첫 선을 보인 이래 베트남(하노이·호치민), 인도(벵갈루루)에서도 서비스를 선보였다. 하노이 현지서 우버모토의 가격은 우버택시에 비해 20%가량 저렴하기도 했다.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우버의 경쟁자로 꼽히는 그랩도 현지서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었다. 지난 주말(10~12일) 방문한 하노이 하노이깃대 주변 공원에서 혼다 오토바이에 곰인형을 태우고 무료임을 알리는 푯말을 걸어둔 그랩 프로모션을 목격할 수 있었다. 구글지도 내의 택시잡기 서비스에서도 확인 가능했다. 그랩 첫 이용 고객은 5만동(한화 약 2600원)에 한해 무료로 이용 가능했다. 

그랩은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택시 호출 서비스로 출발해 현재는 택시 공유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베트남, 태국 등 6개국 30개 도시에서 서비스 중이다. 일본의 소프트뱅크그룹에서 1조원 이상의 투자를 받아 주목을 받기도 했으며 중국의 디디추싱, 싱가포르의 테마섹 등의 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이번 주 초 일본 혼다자동차가 8800억원 규모를 투자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 자금을 바탕으로 그랩은 동남아시아 오토바이 택시 공유 시장을 두고 우버와의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우버와 그랩 모두 구글지도와 연동된다는 점에서 편리했다. 구글지도에 먼저 들어온 우버가 상단을 차지하고 있고, 그랩은 그 아래에 표시된다. 우버는 우버X(승용차), 우버 SUV, 우버블랙(프리미엄) 순으로 표시됐다.

국내의 경우 지도시장을 구글지도(11월 기준, 전체 애플리케이션 18위) 이외에도 네이버지도(12위)와 카카오맵(58위)이 약진하고 있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구글지도가 대다수 시장을 선점한 상태다. 이렇다보니 구글지도 내에서 원클릭 만으로 이용 가능한 우버 등의 매력이 컸다.

하노이에는 현지 택시업체인 비나선(흰색)과 마일린(초록색)이 있었다. 하지만 비슷한 프린팅의 가짜 택시도 적지 않았다. 현지인이 아니라면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유사했다. 조작 미터기를 사용해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수배의 폭리를 취하고 있었다.

우버택시의 경우 사전에 택시비를 확인하고 호출한다는 점에서 보다 투명하다. 개인차로 운행돼 먼 거리에서 확인이 어려울 경우 앱에서 바로 통화나 문자로 연결도 가능했다.

하노이 국제공항인 노이바이국제공항에서 서호 주변의 쉐라톤호텔까지의 23.5Km를 기준으로 현지 택시업체 미터기 요금은 30만8000동(1만6000원)으로 우버블랙의 26만8330동(1만4000원)보다 약 15%가 비쌌다.

국내에서 택시업체가 카카오택시 플랫폼을 사용해 투명성을 제고한 차원이라면, 베트남 등 해외에서는 개인차량을 이용, 공유경제를 통한 우버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렴한 가격에 별점제를 통한 친절한 서비스로 고객 만족을 이끌어냈다.

특히 동남아지역서 주된 교통수단이 오토바이 우버를 출시하는 등 빠른 현지화로, 깊숙이 일상 생활로 침투해 갔다. 국내의 경우 규제에 묶여 당분간 개인차량을 이용한 우버 서비스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나, 해외시장에서 지도를 이용한 사업화로의 연결에 대한 변화는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베트남 하노이 하노이깃대 근처 공원에서 그랩이 프로모션을 알리는 행사를 진행 중에 있다. [이정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