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空言에 그친 면세점 공약들

2016-12-14 17:05

사실상 마지막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의 업체 최종선정일(17일)이 코앞에 닥쳤다. 3장인 대기업 면세점 티켓을 잡기 위해 롯데, 신세계, HDC신라, SK네트웍스, 현대백화점그룹은 ‘사즉생’의 각오다. 사진은 롯데면세점 소공점 입구[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사실상 마지막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의 업체 최종선정일(17일)이 코앞에 닥쳤다. 3장인 대기업 면세점 티켓을 잡기 위해 롯데, 신세계, HDC신라, SK네트웍스, 현대백화점그룹은 ‘사즉생’의 각오다.

이들은 지난해 입찰에 이어 올해까지 장밋빛 공약을 제시하며 필승을 다짐해왔다. 하지만 본지가 이들 5개사의 공약을 집중 점검해본 결과, 그 결과는 실망 그 자체였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라는 관광 문화사업 공약들은 대부분 ‘보여주기’식 일회성 행사에 그쳤다. 특히 저마다 몇 백억을 쏟아붓겠다고 한 사회공헌 이행률도 ‘찔끔 기부’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공약이 공언(空言)’이라는 지적에 업계 관계자들은 ‘우리만 그런 것도 아니다’고 항변했다. 심지어 일부 업체는 타사의 공약이 되레 허위라는 제보까지 하며 상대방 흠집내기에 열을 올려 씁쓸함을 더했다.

면세점 업계가 이처럼 공약 실천에 안이한 것은 현행법상 특허권 부여 이후 공약 이행을 하지 않아도 별다른 패널티(제재)가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단 ‘특허만 따면 장땡’이라는 생각에, 업체들은 입찰 전 무수한 공약을 내놓기만 바쁘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특허는 일단 따면 최소 5년, 향후 10년까지 사업권을 부여받는다”면서 “당장 눈앞의 특허권 확보에 눈이 멀어 ‘아님 말고식 공약’이 난무하는 것은 업계 전체에도 손해”라고 토로할 정도다.

면세점 업종은 최근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폭증으로,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 사업으로 부상하며 대기업들 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까지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경쟁으로 실제 순이익이 오른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문제는 적자가 커지면 당연히 업체의 공약 이행률도 낮다. 남는 돈이 있어야 하는데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7월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 당시 중소기업 몫으로 선정된 하나투어의 SM면세점은 공약 이행 건수가 '0건'에 그쳤다. SM면세점은 시내면세점 진출 이후 연일 적자 행진을 이어가는 곳이다.

때문에 관세청 특허심의위원회는 ‘어떤 업체가 공약을 잘 지킬 수 있는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재무상태나 능력에 비해 과도한 공약은 없는지, 지난해 발표한 공약은 과연 지키고 있는 것인지 등을 꼼꼼히 살펴야할 것이다. 

혹여 심의위가 이를 간과한 채, 보여주기식 공약만 내놓은 업체를 오는 17일 사업자로 덜컥 뽑는 것은 아닐지 걱정스럽다. 부디 ‘약속을 지키는’ 업체가 공정한 심사를 거쳐 당당히 특허티켓을 따내길 바래본다. 그래야만 안그래도 뒷말이 무성한 이번 시내면세점 입찰의 후폭풍이 덜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