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동채소 작황 부진에 AI 확산까지'…밥상물가 '빨간불'

2016-12-12 06:51
초가을 폭염과 태풍이 당근 주산지 제주와 남부지역에 피해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월동채소가 작황 부진으로 가격이 폭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계란값 인상도 가시화되는 상황이어서 연말·연초 서민들의 밥상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12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하 농경연) 농업관측본부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당근 도매가격은 20㎏당 6만6943원으로, 전년 동월(1만8460원) 대비 무려 262.6% 급등했다. 작년 한 해 평균값보다도 220% 높게 형성됐다.

가장 큰 이유는 날씨 탓에 당근이 제대로 자라지 않아 출하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당근 파종기이던 초가을 당시 폭염이 계속되면서 파종이 일부 지연되는 등 차질이 빚어졌고, 10월 초에는 태풍 '차바'가 겨울 당근의 주산지인 제주와 남부지역을 강타했다.

실제 일부 농가에서는 아예 농사를 망쳐 재파종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월동채소가 작황 부진으로 가격이 폭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한밭대 제공]


이에 따라 이달에 가을과 겨울 당근을 포함한 전체 당근 출하량이 작년 동월 대비 50%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농경연은 또 제주 지역 당근 출하가 본격화하는 이달 하순부터는 가격이 최대 7만7000원 내외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양배추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양배추 가격은 6일 기준 8㎏당 1만4035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345.3% 폭등했다. 양배추 1포기당 보통 2㎏인 점을 고려하면 포기당 3500원 정도다. 같은 날 기준 배추는 포기당 도매가격이 약 2500원이었다.

한때 배추값이 폭등하면서 '양배추 겉절이'가 큰 인기를 끌 정도로 대체재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오히려 배추보다 더 '금값'이 된 셈이다.

이와 함께 무의 경우 김장철이 끝나가는 상황에서도 가격(12월 6일 기준)이 전년 동월 대비 175.3% 치솟았고, 감자와 대파·마늘도 각각 21.1%, 24.1%, 9.5%씩 가격이 증가했다.

이 중 월동 무는 생육기인 지난 10~11월 잦은 비 등으로 일조시간이 평년(186시간) 대비 42% 줄면서 작황이 부진해 가격 오름세가 내년 초까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본격적인 겨울철에 접어든 만큼 강력한 한파가 몰아치거나 폭설이 많이 내릴 경우 가격 상승 폭은 예상치를 훨씬 웃돌 가능성도 있다.

가격이 내린 채소는 양파(34.7%↓), 건고추(27.5%↓) 등 일부에 그쳤다.

농경연은 양파와 건고추 역시 다른 품목과 마찬가지로 올해 생산량은 예년보다 줄었지만 저장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소비가 부진해 재고량이 많은 탓에 가격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고병원성 AI가 산란계를 중심으로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계란값 인상도 가시화되고 있다. 6일 '특란' 기준 계란 도매가격은 10개당 1418원으로, 전년 평균 대비 4.6% 올랐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재 학교들이 방학 기간이어서 계란 수요가 높지 않아 당장은 수급에 큰 차질을 빚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 AI가 사상 최대 피해를 낼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데다 도살 처분된 가금류의 70% 가까이가 산란계(알 낳는 닭)인 만큼 사태가 장기화하면 '계란 대란' 발생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농식품부는 조만간 AI 확산에 따른 계란 가격 전망과 수급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