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세례 “‘우리 갑순이’, 조금만 기다리면 잘 될 거란 믿음 있었죠”
2016-12-10 00:01
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배우 유세례를 만난 건 약 6개월여 만이다. 올해 봄, 높은 인기를 끌었던 ‘또 오해영’이 종영한 뒤 숨돌릴 틈 없이 곧바로 SBS 주말드라마 ‘우리 갑순이’ 촬영에 들어가며 2016년을 온전히 드라마 촬영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힘들법했지만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은 모습은 그대로였다. 단지 변했다면, 드라마 속에서 연기하는 역할일 뿐.
최근 서울 영등포의 한 카페에서 배우 유세례와 만났다. ‘우리 갑순이’ 촬영으로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와중에도 넘치는 생기가 느껴지는 그에게서, ‘우리 갑순이’의 시청률 상승 이유에 대한 이야기와 본인이 연기 중인 정만주 역할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갑순이’의 대본 리딩실, 촬영장에서도 분위기가 참 좋아요. 연습할 때도 그랬고요. 드라마 초반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았을 때나 시청률이 오른 지금이나 한결 같이 분위기는 좋은 것 같아요.(웃음) 모난 사람 한 명 없이 행복한 촬영 현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감독님은 파이팅 해주시고, 작가 선생님께서는 열심히 글을 써주시면서 뒷받침해주시고요. 그런 모든 것들이 감동적이에요. 서로를 북돋워 주는 게 쉽지 않잖아요. 그런 것들이 모여서 우리 드라마가 잘 돼가고 있는 것 아닐까 싶어요.(웃음)”
‘우리 갑순이’를 통해 어려운 감정 연기를 오랜만에 소화하게 된 그가 연기적인 어려움은 없었을까.
“조용하게 사랑을 이야기하는 역할을 거의 4~5년만에 다시 하는 것 같아요. 늘 수다스럽고 푼수끼 있는 역할만 하다가 사연있는 역할을 하려니 처음엔 좀 힘들었어요. 그래서 노래나 드라마를 보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했죠. 첫 대본 리딩을 끝나고 처음 회식자리에서 이완이와 연기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래서인지 첫 촬영부터 함께 연기하는 게 어색하지 않더라고요.(웃음)”
“극중에서 신세계가 아내와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는데 어느 순간 진짜 화가 나더라고요. (웃음) 대본만 봤을 때는 몰랐는데 진짜 그 모습을 보니까 질투가 났어요. 정말 실제였다면 사실 혼자 속앓이를 했을 것 같긴해요.”
둘의 관계가 새드엔딩일지, 해피엔딩일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 심지어 배우 본인 역시 결말이 너무 궁금하다며 웃었다.
“주변 분들께서 결말에 대해 물어보시더라고요. 사실 저도 잘 몰라요. ‘신세계와 정만주는 진자 어떻게 되냐’고 물어보시죠. 어떤 분들은 신세계가 지금의 와이프와 다시 잘 지낼 것 같다고 하시지만 저는 사실 저한테 다시 왔으면 좋겠어요.(웃음)”
신세계와의 해피엔딩을 꿈꾸는 정만주. 그리고 그런 정만주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배우 유세례. 올해 그 누구보다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며 연기에 집중하고 있는 그지만, 드라마 시청률에 대해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걱정(?)때문일까. 드라마 시청률 우려를 씻어내고 연일 시청률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 토~일 오후 8시 50분 방송에서 토요일 밤 8시 50분 부터 2회 연속 방송으로 편성이 변경된 뒤 오히려 더욱 탄력을 받았다.
“처음에 방송 시간을 옮길 때 처음엔 시청률이 안 나오면 어떡하나 고민이 많았어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감독님께서는 ‘우리는 조금만 기다리면 될 수 밖에 없다’고 독려해주셨죠. 그래서 그 말씀을 믿고 시청률이 안 나오는데도 머리 싸매고 있는 게 아니라 더욱 했죠. 문영남 작가 선생님께서도 가끔하는 회식에서의 건배사가 ‘우리 갑순이 대박을 위하여’였죠. (웃음) 항상 몇 번씩 외치셨는데 그게 좋은 기운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웃음)”
‘우리 갑순이’에서 굵직한 감성 연기를 하다 보니 이전보다 더 많은 대중들이 자신을 알아본다며 신기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을 이름 대신 ‘의사 선생님’이라고 부른단다. 유세례는 이런 기분 좋은 걸 만끽하고 있었다.
“계속 캐릭터 역할로 불리다보면 언젠가는 저에 대해서도 알아봐주실 것 같았어요. 요새는 진짜 드라마에 나오는구나 싶더라고요.(웃음) 그리고 실제로 제가 정만주가 아닌데도 정만주가 된 것처럼 얌전하게 변하는 것 같아요. 괜스레 조심스러워지더라고요. 하하하.”
‘또 오해영’에서 ‘우리 갑순이’까지. 올해 쉬지 않는 그의 연기 활동엔 남다른 이유가 있었다. 너무 다른 캐릭터의 역할은 자신에게 늘 활력소가 됐기 때문이다.
“너무 달라서 좋았요. 의사라는 전문직 역할이 너무 좋았고, ‘또 오해영’ 할 때는 깍쟁이 같으면서도 톡톡 쏘는 캐릭터였는데 그때 주인공의 마음 아픈 사랑을 연기하는 게 부럽기도 했어요. 그래서 늘 비련의 여주인공 연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 작품에서 제가 비련의 여자를 연기하게 됐잖아요. 그래서 너무 좋아요. 처음 배역을 받아들고 설레서 잠을 못 잤던 기억이 있어요.(웃음)”
이런 설렘이 유세례를 계속 연기하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우리 갑순이’가 끝나고 난 뒤에도 자신을 찾는 곳이 있다면 또 다른 설렘으로 연기하고 싶다고 눈을 반짝였다.
특히 유세례는 이번 작품을 통해 문영남 작가와는 세 번째 호흡을 맞추고 있다. 늘 감사함을 간직한채 문영남 작가에 대한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선생님께는 정말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대본 리딩 때는 늘 떨리고 무섭기도 하지만 제 주변의 연기자 동료들은 문영남 선생님과 대본 리딩 시간에 지적 받아 보는게 소원이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웃음) 대본 리딩이 매주 있는데 작가 선생님께서 정말 무섭지만 저는 또 되게 행복하더라고요.”
연기 구멍 없는 연기자들과, 뛰어난 연출력의 감독. 그리고 두 말이 필요 없는 대작가 문영남의 극본까지. 삼박자가 고루 갖춰진 ‘우리 갑순이’는 천천히 뜨거워지고 있다. 시청률 20% 돌파 역시 배우들을 비롯한 제작진 모두 확신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사실 SBS 주말드라마 시청률이 최근 몇 년 동안 이렇게 잘 나온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스토리 전개가 몰입도가 있으니 그런 것 아닐까요. 20%는 충분히 넘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나올 이야기들이 점점 재밌어지거든요.”
‘우리 갑순이’가 점점 짙어지고 있는 드라마라는 건 시청률을 통해서 알 수 있다. 표면으로 보여지는 스토리가 아니라 숨은 이야기들이 이제 이 드라마의 후반부 전체를 관통하며 시청자들의 구미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유세례가 ‘우리 갑순이’ 배우들을 대표해, 지쳐있을 시청자들을 향해 따뜻한 위로를 전하겠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요즘 시끄러운 시국에 ‘우리 갑순이’가 마음에 위안을 줄 수 있는 드라마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보시면서 마음 따뜻하기도 하면서 ‘내 이야기구나’하는 위안도 받으실 수 있을 거에요. 재미도 있고, 웃을 수도 있는 드라마 보시면서 위안을 얻으셨으면 합니다. 저를 비롯한 배우들 모두 열심히 촬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