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곳곳에서 경고음…내년 내수ㆍ수출 동반 부진

2016-12-07 16:30
미국 금리인상 기조에 수출 포함한 실물경제 직격탄

아주경제 원승일 기자 =내년 한국 경제가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보다 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세계 교역 둔화로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미국 신 행정부 출범과 금리인상 등 대외적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내적으로도 소비, 투자 등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과 김영란법으로 알려진 청탁금지법,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등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소득이 생겨야 소비도 늘어나는데 일자리 사정은 암담하기만 하다. 기업 구조조정에 따라 내년부터는 실업이 본격화되고, 경영 악화에 신규 채용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커져 청년 실업률은 고공행진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책연구기관과 민간연구기관을 비롯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도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내려 잡고 있다.

실제 각종 경제지표만 봐도 지금의 경제상황은 외환위기 때 수준과 비슷하거나 더 나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수출의 경우 지난해 -8.0%에 이어 올해도 5.6% 감소한 497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2년 연속 마이너스 수출을 기록한 것은 1957~1958년 이후 58년 만이다.

여기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따른 통상압력은 내년 수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진 점도 한국 경제에는 뇌관이다. 미국이 오는 13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저금리 기조 하에 우리나라와 신흥국에 유입됐던 미국 등 선진국의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 수출을 포함한 실물경제 전체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실제 트럼프 당선 후 달러 강세로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서 돈을 빼가기 시작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월 한 달간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액은 1조2629억원 빠져나갔다.

이 같은 자본유출을 막으려면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정책 당국으로서는 13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가 부담이다.

기업과 소비자들은 더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5.2%, 지난해 6.2%로 증가했던 설비투자는 올해 3분기 들어 –4.8%로 고꾸라졌다. 3분기 가구당 실질 소비지출도 전년 동기대비 0.1% 줄면서 3개 분기 연속 하락했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연이어진 노동계 총파업 등 집단 이기주의는 노동시장에 진입조차 못한 청년 구직자를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이 같은 국내외 여건을 감안해 각 연구기관과 국제기구는 내년 한국의 성장률을 2% 초·중반으로 하향 조정하는 분위기다.

KDI는 7일 '2016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성장률을 기존 2.7%에서 2.4%로 0.3%포인트 내렸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보다 0.1%포인트 낮은 2.2%, LG경제연구원도 0.3% 포인트 낮춘 2.2%로 내다봤다.

이울러 OECD는 지난달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한국 성장률을 2.6%로 0.4%포인트나 내려 잡았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와 민간 모두 외환위기 때와 같은 총체적인 위기 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우리 경제 상황은 1997년 외환위기 전후와 비슷하다”며 “내년에는 내수와 수출, 금융부문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더 커질 가능성이 커 총체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2017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