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청문회]삼성·현대차·LG ‘조건부 탈퇴’ 선언···전경련 ‘해체’, ‘부활’ 기로에
2016-12-06 18:11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핵심 회원사인 삼성과 현대자동차, LG그룹 총수가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에 대한 해체를 포함한 변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혀, 전경련의 운명이 불투명해졌다.
이미 미르·K스포츠 재단 기금 출연으로 해체 압박을 받고 있는 전경련으로선 회원사 총수들이 직접 탈퇴를 밝혀 충격을 받았다.
국회의원들의 추궁 압박에 대한 답변이었다고 해도, 청문회에 참석한 총수들의 발언은 전경련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부회장은 6일 오후 국회 청문회에서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거듭 전경련 해체를 종용하자 “제 입장에서 해체를 꺼낼 자격이 없다. 탈퇴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오전에 “개인적으로는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던 이 부회장은 이어진 하 의원이 “삼성이 전경련 해체에 앞장서겠느냐. 앞으로 전경련 기부금을 내지 않겠다고 선언하라”고 재촉하자 “그러겠다”고 답했다. 여기서 기부금은 전경련 회비로 해석할 수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자신이 원하는 답변을 유도하기 위해 총수들에게 “전경련 해체를 반대하면 손을 들어달라”고 요구했다. 청문회에 출석한 9명의 그룹 총수들은 안 의원의 유도 질문에 한동안 손을 들지 못했다. 하지만 안 의원이 재차 묻자 신동빈, 구본무, 김승연, 정몽구, 조양호 회장 등 5명이 손을 들었다. 안 의원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게 직접 전경련 탈퇴 의사를 물었으며, 정 회장은 “의사는 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4대 그룹 가운데 3개 그룹이 전경련 회원사 탈퇴 용의를 밝혔다.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전경련의 연간 예산은 400억~500억원 수준으로 대부분의 수입은 회원사들의 연회비다. 매출 규모에 따라 연회비 규모가 다르고, 전경련도 어느 기업이 얼마를 내는지는 비밀로 하고 있으나 재계에서는 삼성이 100억 원 이상, 현대자동차와 SK, LG가 각각 50억 원가량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3대그룹사가 탈퇴하면 200억원 가량의 예산이 깎이는 것이다.
전경련은 새 회관 건립에 따른 대규모 차입, 경기 부진에 따른 임대료 수입이 예상보다 줄어들면서 부채가 약 3300억원, 부채비율은 140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 3대 그룹사가 당장 탈퇴한다면 부도 또한 우려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재계 최대 그룹인 삼성 탈퇴다. 재계의 본산이라는 전경련에서 삼성이 빠질 경우 위상은 상당히 축소될 수밖에 없다.
다만 총수들은 무작정 전경련을 버리지는 않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새시대에 맞는 새로운 재계 모임으로 전경련이 환골탈태한다면 다시 참여할 용의가 있다는 조건부 탈퇴라는 것이다.
대안은 구 회장이 제시했다. 그는 “전경련은 헤리티지 단체처럼 운영하고 친목단체로 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헤리티지 재단은 1973년에 설립된 미국의 보수주의 성향의 싱크탱크다. 워싱턴 D.C.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기업의 자유, 작은 정부, 개인의 자유 및 전통적인 미국의 가치관, 국방의 강화를 기치(旗幟)로 내걸고 미국 정부의 정책결정에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정경유착과 거리가 먼 조직이다.
전경련이 헤리티지 재단을 개선 모델로 삼을 경우 산하에 있는 한국경제연구원을 편입해 정책 조사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기업 정책 수립을 위한 의견 제안 기능을 확대할 수 있다.
다만, 전경련은 2011년에도 미국 헤리티지재단과 같은 싱크탱크로 만들어야 한다는 정치권의 개편 요구에 헤리티지재단 모델을 연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해체는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해체로 마침표를 찍을 껏이냐, 쉼표를 찍고 새로운 전경련으로 부활하느냐는, 결국 전경련 스스로 어떠한 개선안을 내놓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는 허창수 회장은 전경련 해체 요구에 대해 해체를 검토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제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허 회장은 “불미스러운 일에 인볼브(관여) 됐다는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