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또다시 맞은 ‘운명의 한주’... 탈출구 고심

2016-12-04 15:45

박근혜 대통령이 11월 2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제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주진 기자 =오는 9일 야3당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 추진으로 '운명의 일주일'을 앞둔 박근혜 대통령이 위기 탈출을 위한 해법을 고심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3차 대국민담화와 2일 탄핵안 처리 무산의 여파로 지난 3일 서울 부산 등 전국에서 열린 6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인원은 주최측 추산 약 232만명으로 헌정 사상 최대 규모 집회로 기록됐다.

특히 이날 집회는 사상 처음으로 효자치안센터 등 청와대로부터 100m 앞까지 행진이 이뤄진데다 시민들의 구호도 즉각 퇴진, 강제 수사, 체포․구속으로까지 수위와 강도가 더욱 세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의 목소리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주말 일정을 비우고 관저에서 TV로 집회 장면을 지켜봤으며, 참모들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으면서 '나홀로' 정국 구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탄핵의 캐스팅보트를 쥔 새누리당 비주류가 박 대통령이 오는 7일 오후 6시까지 '내년 4월 퇴진' 등을 본인의 입으로 약속하지 않으면 탄핵 처리에 동참하겠다고 압박함에 따라 대응 방향을 놓고 부심하고 있다.

청와대는 당 지도부와 비주류를 포함한 새누리당 의원들과 박 대통령의 연쇄면담을 추진하기 위해 물밑 조율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이 성사되면 자연스럽게 박 대통령이 비주류 의원들과 만나 '4월 퇴진, 6월 대선'의 당론을 존중하지만, 여야간 합의로 퇴진 일정이 정해지면 여기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뜻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새누리당 비박계 모임인 비상시국회의가 박 대통령의 면담 요청이 오더라고 응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비주류 의원들과의 면담은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제3차 담화에서 구체적인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을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이번주중 박 대통령의 조기 퇴진과 2선 후퇴를 골자로 한 추가적인 입장 표명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자신의 진퇴 문제를 놓고 여야의 합의를 요구했다는 점이다.

대통령 본인이 특정 시기를 언급하면 야당에 공격의 빌미를 주고 여야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퇴진 일정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고 '국회 결정에 따르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퇴진 시기와 관련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 데다 특검 수사를 앞두고 불필요한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기자회견을 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번주에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한 청문회와 국정조사 일정도 연이어 잡혀 있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5일엔 대통령비서실·경호실, 국가안보실, 기획재정부, 교육부를 상대로 기관보고가 예정돼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의 7시간 동선, 의약품 구매 등 각종 의혹들이 제기된 만큼 청와대는 기관보고를 소명의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6일과 7일엔 각각 재벌 총수들과 최씨 의혹 관련 핵심 관련자들이 증인으로 채택된 청문회가 이틀 연속 열린다.

특히 2차 청문회엔 최씨를 비롯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우병우 전 민정수석, 조원동 전 경제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등 전직 청와대 참모들이 증인에 포함돼 있어 주목된다.

이번 청문회가 특검 조사를 앞둔 전초전이라는 점에서 청와대는 이들의 발언과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