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365] 최고 병원들의 부끄로운 최순실 충성경쟁
2016-12-05 01:00
의료계도 빠지지 않는다. 관련 법을 무시하면서까지 최순실을 돕는 데 나섰다. 서울대병원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도 최순실 특혜병원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두 병원은 최고 실력을 갖춘 병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대통령 주치의 대부분이 이들 병원에서 나온다. 이번 정권에서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의 초대 주치의는 이병석 세브란스병원장(2013년 5월 ~ 2014년 8월), 두 번째 주치의는 서창석 서울대병원장(2014년 9월~2016년 2월)이다.
의학사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두 병원은 제중원(濟衆院)의 적통을 자처한다. 제중원은 갑신정변의 이듬해인 1885년에 세워진 한국 최초의 서양식 병원이다. 서울대병원은 제중원이 고종의 재가로 만들어진 '국립병원'이란 점을, 세브란스병원은 제중원이 세브란스의 기원이라는 것을 내세워 진짜 계승자라고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더라도 두 병원이 한국 의학사를 이끌어온 것은 분명하다.
이처럼 경쟁 관계에 있는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최순실을 두고도 '충성 경쟁'을 벌였다.
서울대병원은 올 7월 최순실 단골병원인 김영재의원의 김영재 원장을 강남센터 성형외과 외래의사로 위촉했다. 강남센터는 서울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에 있는 건강검진 전문병원이다. 하지만 김 원장은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다. 의대만 졸업했을 뿐 성형외과 전공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이다.
서울대병원 측은 신원을 밝힐 수 없는 중국 VIP 검진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를 외래의사로 위촉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의료계는 지적한다.
이례적인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서울대병원은 김 원장 처남이 대표이사로 있는 의료기기업체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의 봉합사(수술 부위 봉합에 사용하는 실)를 병원 의료재료로 채택해 사용 중이다. 이 봉합사는 김 원장이 개발해 이른바 '김영재 봉합사'로 불린다.
서울대병원 의료재료로 등록되려면 보통 1년이 걸리는 데 김영재 봉합사는 5개월 만에 이 과정을 마친다. 공교롭게도 김 원장이 강남센터 외래교수로 임명된 7월 4일에 이 봉합사도 의료재료에 등록됐다.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에 따르면 서창석 원장은 지난 5월과 6월 서울대병원 성형외과에 김영재 봉합사를 빨리 병원 의료재료 목록에 등록하라고 수차례 지시했다. 오병희 전 서울대병원장이 지난 2월 봉합사 등록을 성형외과에 지시한 정황도 나왔다.
세브란스병원도 적극적으로 김 원장을 도왔다. 세브란스병원은 2014~2015년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의 안면성형용 리프팅실 임상시험을 맡았다.
임상시험은 정기양 피부과 교수가 주도했다. 정 교수는 이병석 원장이 대통령 주치의를 맡았던 당시 피부과의 자문의를 맡았던 인물이다. 정 교수는 이 리프팅실의 팔자주름 개선 효과가 높다는 논문을 지난해 8월 국제 피부미용 학회지에 실었다. 이 논문 덕분에 김 원장의 리프팅실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시판 허가를 손쉽게 받았다.
한 달 뒤엔 세브란스병원에서 이 제품의 설명회가 열렸다. 업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의 행사였지만 병원장급 간부들까지 총출동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중소 의료기기업체 임상시험이나 제품 설명회를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고 해명했지만 의료계에선 이례적인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학자이자 철학자인 아우구스티누스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했다. 두 병원이 이제라도 주먹구구식 변명이 아닌 자기반성을 내놓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