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③] 우버-위챗 벤치마킹 O2O 한국엔 오답

2016-11-29 21:54
O2O 앞선 美·中 성공모델 벤치마킹 창업 쏟아져

아주경제 권석림 기자 = 2008년과 2009년 창업한 에어비앤비와 우버는 현재까지도 글로벌 O2O 기업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현재 각각 300억달러, 700억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기업가치는 O2O 비즈니스의 높은 성장성과 가능성으로 대변되며 전 세계 각지에서 벤치마킹 창업이 붐을 일었다. 실제 중국에서는 중국식 우버라 불리는 디디추싱이 350억달러의 기업가치로 추정될 정도로 성장하기도 했다.

국내에도 O2O 스타트업 열풍이 불면서 이들 기업에 대한 분석과 벤치마킹을 위한 시도가 업계 전반에 화두로 떠올랐다. 인구밀도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의 인구통계학적 특성과 500만명이 넘는 자영업자 수를 고려하면 수요와 공급을 모두 충족하는 분야가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는 점도 O2O 창업 열기를 더하게 했다.

▲글로벌 O2O의 무덤 한국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글로벌 O2O 서비스들의 상황은 좋지 않다. 2013년 자체적으로 국내 론칭을 꾀했던 우버는 작년 6월 ‘우버엑스’ 서비스를 철수하는 등 사실상 실패를 맛봤다. 에어비앤비는 국내에서 11월 15일부터 관광진흥법상 외국인관광 도식민박업에 등록되지 않은 무허가 숙소들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이 조치로 인해 도심지 물건의 대다수를 차지했던 오피스텔은 에어비앤비에 노출될 수 없게 됐다.

사실 글로벌 시장을 기준으로 보면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천문학적인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보조금 지원 등의 대대적 마케팅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우버는 신흥시장 진출 및 출혈경쟁으로 올 상반기에만 13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비앤비도 공격적인 사업 확장의 여파로 지난해 약 2억달러의 적자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행보에도 글로벌 O2O가 자리잡지 못하는 데에는 한국만의 규제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실제 마이크 브라운 우버 아시아 총괄의 경우 인터뷰를 통해 우버가 진출한 아시아 국가 중 ‘차량 공유 서비스’가 안 되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현지화가 핵심인 O2O 비즈니스
중국의 O2O 대표기업은 위챗을 서비스하고 있는 텐센트다. 위챗 등의 성공에 힘입어 텐센트는 알리바바와 아시아 시가총액 1위를 다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위챗은 가장 잘되고 있는 개별 O2O 서비스를 유저에게 연결해주는 오픈 플랫폼 정책으로 중국의 O2O 시장을 장악했다. 하지만 위챗의 성공 키워드는 오픈 플랫폼보다 QR코드라고 할 수 있다.

위챗은 위챗페이뿐만 아니라 서비스 전 방위적으로 QR코드를 활용하고 있다. 중국 사회에서 QR코드는 스마트폰 자판 입력을 통한 검색이 어려운 중국어의 단점을 극복하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위챗의 성공에는 이 같은 중국 문화의 특성에 맞춘 전략이 주효했다.

글로벌 O2O가 국내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도 사실 여기에 있다. 법률에 의거한 대부분의 규제들도 해당 국가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마련된 일종의 문화라고 볼 수 있는 만큼 해외 사례를 기준으로 철폐만을 주장해서는 해당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국내에서도 성과를 보이고 있는 O2O 기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한국의 비즈니스 환경을 반영하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인다. 일례로 옐로오투오의 경우 특정 비즈니스 별로 주요 기업들 간의 밸류체인을 구축하는데, 핵심 영역의 경우 이미 업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기업을 포함시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해당 비즈니스의 분야 별 실무 전문가들과 함께하기 때문에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배달 O2O 서비스인 배달의민족의 수수료 폐지도 자영업자들의 고통에 대한 사회적 이슈를 고려한 결단으로 평가 받고 있다. 배달의민족 측은 수수료 폐지 이후 광고 등의 매출이 늘어나면서 1년 간 오히려 매출은 43%, 월간주문량은 67%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온라인 주도의 일방적 혁신 성공하기 어려운 대한민국
O2O 비즈니스의 경우 온라인 유저들에게 양질의 오프라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인 만큼 오프라인 사업자와의 상생 없이는 성공이 어렵다. 특히 한국의 경우 택시업계의 반발로 우버엑스가 철수한 전례가 있을 만큼 상생 이슈에 민감한 시장이다.

카카오가 서비스하고 있는 카카오드라이버도 시장 진출 의사를 밝힌 이후 지금까지 기존 대리운전 중계 업체 측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카카오 측은 일부 업체들의 의견이라는 입장이지만 카카오의 주요 O2O 서비스들에 대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야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 관계자들이 반대 목소리를 낸다는 사실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최근 신규 O2O 비즈니스에는 직접 진출하지 않고 중개 플랫폼 잔략을 펼치겠다고 했으나 카카오드라이버가 포함된 스마트 모빌리티 영역은 철수하지 않을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 7월부터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콜버스도 본래 밤에 쉬는 학원버스, 관광버스들을 활용해 심야시간 저렴한 이동수단으로 이용자들과 연결하고자 했다. 하지만 택시업계 등의 반대로 운행 면허를 택시회사와 노선버스 사업자에게만 부여하는 방향으로 조정되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온라인 중심 전략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O2O 서비스의 경우 온라인 유저와 상품 또는 서비스를 직접 연결해 중간 유통 과정의 수수료를 최소화하고 이를 유저 혜택 또는 사업자 수익으로 제공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문제는 국내 주요 O2O 서비스가 진출한 분야의 경우 이미 오프라인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한 영역인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중개업체를 비롯해 유통 과정에 관여하는 이해관계가 복잡하다는 데 있다. 이런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O2O 서비스는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