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①] 대한민국 O2O, ‘적자의 늪’ 출구전략은 있나?

2016-11-29 21:45
숫자로 평가 시작된 글로벌 O2O... 생존 위한 흑자경영 필수

아주경제 권석림 기자 = 약 3800억원. 국내 주요 O2O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에 투자된 금액이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부터 쏘카, 요기요, 직방, 위드이노베이션(여기어때), 야놀자에 이르기까지 시장을 개척하고 선도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각각 우아한형제들 1110억원, 쏘카 830억원, 요기요 659억원, 직방 650억원, 위드이노베이션 330억원, 야놀자 250억원의 막대한 투자를 받았다.

투자액이 대변하듯 업계의 많은 관심과 기대를 모았지만 현재까지 그 실적은 초라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야놀자는 2015년 7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쏘카는 영업손실 60억원으로 전년 대비 4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아한형제들은 2014년 150억원, 2015년 24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6년 상반기 흑자를 기록했지만 그 규모가 9원억으로 누적된 영업손실액을 고려하면 아직 낙관하긴 이르다는 평가다.

▲ 마케팅 출혈경쟁에도 MAU는 제자리걸음
업계에서는 주요 O2O 기업들의 적자 행진 핵심 원인으로 과도한 마케팅 경쟁을 꼽는다. 우아한형제들은 2016년 상반기 흑자 전환의 이유로 월 주문 건수 증대와 마케팅비 감소를 언급했을 정도다. 실제 우아한형제들의 2015년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로 총 313억원을 집행했다. 같은 해 영업손실 총액의 약 12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야놀자도 영업손실액 대비 145% 수준인 110억원을 광고선전비로 썼다.

이처럼 O2O 기업들이 마케팅 출혈 경쟁을 펼치는 이유는 이용자 수 때문이다. 모바일 앱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대다수의 O2O 서비스는 일반적으로 이용자 수를 기반으로 가치를 평가 받는다. 이용자 수가 많다는 단편적인 사실 외에도 직접적인 수수료 매출과 광고 매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핵심 지표로 인정 받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국내 액티브 유저(활성 이용자)의 규모 자체가 너무 적다는 데 있다. 주요 숙박 앱의 경우 MAU(월간 이용자 수) 100만~200만 사이를 유지하며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여기어때는 닐슨코리안클릭 기준 105만명의 MAU를 기록하며 88만5천명을 기록한 야놀자를 추월하며 숙박 앱 양강 체제를 확고히 했다. 이후 양사는 치열한 마케팅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으나 지난 6월 닐슨코리안클릭 기준 MAU는 여기어때 67만명, 야놀자 54만명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주도하는 배달 앱 시장도 400만~500만 규모에서 정체된 상태다.

▲ 대한민국 O2O 오프라인에서 출구전략 모색 중
한국보다 먼저 O2O 열풍이 일었던 미국 및 중국 등에서는 이용자 및 매출 증대에도 불구하고 고용, 배송 등 오프라인 차원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폐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음식 배달 O2O 서비스 ‘테이크잇이지’는 벨기에에서 시작해 영국, 프랑스 등 유럽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며 매출 규모를 키워왔으나 적자 구조를 면하지 못하면서 지난 7월을 끝으로 사업을 접었다. 9000만 달러가 넘는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던 미국의 청소 O2O 업체인 홈조이는 계약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이슈가 발생하면서 추자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다 지난해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다. 중국 최대 자동차 세차 및 수리서비스 O2O 업체였던 보파이양처(博派养车)도 75%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추가 투자를 유치하지 못하면서 자금난으로 올 4월 폐업 수순을 밟았다.

이 같은 대형 스타트업들의 폐업 및 위기 소식은 MAU 중심으로 기업가치를 높여 오던 국내 O2O 업계에도 변화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업 다각화를 통한 비즈니스 모델 강화다. 기존 모바일 서비스의 수수료와 광고 매출 중심을 중심으로 운영하던 O2O 기업들이 오프라인으로 사업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배민프레시, 배민라이더 등을 통해 오프라인 유통 영역을 공략하기 시작했으며, 여기어때와 야놀자 등 숙박앱들은 프랜차이즈에 방점을 찍고 제휴점 확대와 제휴점을 위한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관건은 이 같은 출구전략이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여부다. 오프라인 차원의 신규 사업은 인프라 구축을 위한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기 마련이다. 성장을 위한 투자의 개념으로 바라볼 수 있지만 빠른 시일 내에 성과를 보이지 못하면 적자 폭만 커지는 악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카카오의 경우 4천만에 육박하는 카카오톡의 이용자를 기반으로 다양한 O2O 사업을 시도해왔지만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고 직접 서비스가 아닌 중개 플랫폼 형태로 전략을 급선회했다.

▲ 적자 성장 O2O는 미래 없다
이미 막대한 투자를 받은 국내 O2O 기업들의 당면 과제도 결국 흑자 경영이다. 글로벌 차원에서 O2O에 대한 현실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숫자로 보여주지 못할 경우 추가 투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추가 투자 유치가 아닌 IPO(기업 공개)를 목표로 하더라도 일정 기간 이상의 흑자 경영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지난 상반기 우아한형제들이 흑자 전환했지만 현재 실적을 공개하고 있는 국내 O2O 기업 중 안정적인 흑자 경영을 펼치고 있는 곳은 옐로오투오가 유일하다. 옐로오투오는 O2O 밸류체인 그룹이라는 차별화 된 비즈니스 모델로 헬스케어, 숙박, 결제 분야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2016년 2분기까지 8분기 연속 흑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15년 매출 1322억원, 영업이익 83억원을 기록했으며, 2016년에는 상반기에만 매출 959억원, 영업이익 72억원을 달성했다.

옐로오투오는 대한민국에서 모바일 서비스 중심의 O2O 비즈니스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사업 초기부터 오프라인 생태계를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를 중심으로 각 분야의 밸류체인을 구축해왔다. 예를 들어 헬스케어 분야의 경우 유저와의 접점이 되는 모바일 서비스인 굿닥과 바비톡, 병원의 고객 관리 시스템을 서비스하는 위버소프트, 병원 전문 애드테크 기업인 바이브알씨, 병원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클레버커뮤니티 등이 함께 시너지를 낸다. 이미 시장에서 실적을 내고 있는 기업들이 모여 상호 간 시너지를 모색하면서 흑자 폭이 상승시키는 구조다.

흑자 O2O 기업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수요에 기반해 수수료 및 광고에 의존하는 비즈니스 설계가 아닌 실질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절실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미 O2O 비즈니스는 해외 또는 선도 기업이 활용하고 있거나 시장에서 흔히 통용되는 수익 모델을 벤치마킹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최태영 옐로오투오 대표는 “O2O 비즈니스는 특정 기술력으로 좌지우지되는 테크 경쟁 시장이 아니라 오프라인 생태계에 대한 이해와 상생 전략이 가장 중요한 분야다”며 “해당 분야의 기존 비스니스 구조를 어느 선까지 혁신하고 어떤 파트너와 함께해야 하는지 등의 판단이 되지 않는다면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