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형제약사들, 복지부장관표창 나눠 갖기 의혹

2016-11-29 08:34
표창 수여기업 성과 수준 빈약…대상 선정에 관련단체가 후보 추천으로 좌지우지 가능

[자료=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이정수 기자 = 혁신형제약기업 중에서도 우수한 업체에게 수여되는 보건복지부표창이 제약사마다 형식적으로 한 번씩 나눠받는 모양새로 변질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 정진엽)가 지난 24일 개최한 ‘2016년 혁신형 제약기업 성과보고회’에서 47개 혁신형 제약기업 중 비씨월드제약, 셀트리온, 에스티팜, 제넥신 등 4개사에 장관 표창이 수여됐다.

이 행사는 올해 제약산업 발전에 기여한 혁신형 제약기업의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로, 표창은 그 중에서도 올해 제약산업 발전에 공로가 큰 혁신형 제약기업에게 주어진다.

그러나 이번 표창 수여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잖다. 올해 선정된 4개사의 주요성과로 소개된 내용을 보면 비씨월드제약의 경우 유럽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 8월 생산시설에 대한 유럽연합 품질관리기준(EU-GMP, Good manufacturing practice) 인증을 신청했다. 그러나 신청만 했을 뿐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으며, 혁신형 제약사 중 하나인 한국오츠카제약의 향남공장은 이미 EU-GMP를 승인받은 상태다.

또 동아쏘시오홀딩스 계열사 에스티팜은 사업 확대로 지난해 1381억원 매출을 달성한 점, 제넥신(한독 최대주주)은 빈혈치료제로 개발 중인 GX-E2을 올해 중국에 기술수출(계약규모 530억원)한 점이 높게 평가됐는데 나머지 제약사들과 비교해보면 오히려 빈약한 수준이다.

예로 올해 신약후보물질 기술이전 성과 면에서 한미약품, 크리스탈지노믹스, 유한양행, 안트로젠, 동아에스티 등의 기업은 제넥신보다 더 큰 규모의 성과를 이뤘다. 

이러한 성과 과대포장은 ‘표창 나눠갖기’를 위한 수단으로 비쳐질 수 있다. 실제로 복지부장관 표창은 2013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매해 4개사씩 총 16개사에게 수여돼, 표창을 두 번 받은 제약사는 단 한 곳도 없다. 이전까지 동아쏘시오그룹(동아에스티, 에스티팜)과 한독, 제넥신 등은 표창을 받은 바가 없다.

선정 절차를 보면 '나눠갖기'식의 표창 수여에 대한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보건복지부는 제약협회, 병원 등 제약 관련단체나 연관기관으로부터 포상 후보를 추천받고 있기 때문에 추천이 되지 않으면 포상 대상으로 선정할 수가 없다. 사실상 제약협회를 비롯한 관련단체가 포상 대상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구조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혁신형 제약기업 장관 표창 대상은 복지부 공고에 따라 후보를 추천받고 공적심사위원회의 심사와 검토를 거쳐 확정짓도록 돼 있다”면서 “때문에 관련단체의 추천 여부는 표창 대상 선정에 중요하다. 다만 최근 2년 이내에 정부 포상을 받은 기업은 포상 후보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포상 공고에 따라 신약개발, 수출증대, 기술이전 성과 등을 기준으로 종합적 평가를 해서 우수하다고 평가된 일부 기업을 추천했다”고 밝혔다.

한편,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은 국내 제약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고 제약산업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2012년부터 연구개발 비중이 높은 제약기업을 인증하는 제도다.

2013년에 녹십자, LG생명과학, 대웅제약, 보령제약이, 2014년에 대원제약, SK케미칼, 한국유나이티드제약, 한림제약, 2015년에 일양약품, 종근당, 크리스탈지노믹스, 한미약품 등이 보건복지부표창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