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달러'의 시대, 신흥국 신용경색 우려 커져

2016-11-28 13:03
강달러에 신흥국 부채부담 및 달러 부족 위험 ↑
각국 긴축정책과 외환시장 개입정책 나올 수도

트럼프가 지난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빌딩에서 회동을 마치고 떠나며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 [사진=AP=연합 ]


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트럼프 달러의 시대가 신흥국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계속되고 있는 달러화 강세로 일부 신흥국들이 신용경색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 "트럼프 달러, 신흥국 뒤흔드는 지진 될 수도"…신흥시장 자금이탈 가속화 
 
영국 텔레그래프는 "트럼프 달러가 신흥국 시장을 뒤흔들 지진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계속되는 달러 강세로 신흥국 통화가 급락하면서 이를 막기 위해 금리인상 등 긴축통화 정책이나 외환시장 개입 등의 조치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주요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최근 14년만에 최고를 기록하면서 치솟고 있다. 미국의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의 재정부양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배경이다. 미국에서는 트럼프의 정책들이 1980년대 레이거노믹스와 같은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보고있다. 

트럼프의 당선이후 치솟는 미국 국채 금리 덕에 글로벌 자산들은 이제 미국의 달러로 몰리고 있다. 동시에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의 유동성은 급격히 줄고 있다. 2008년 이후 지속된 미국의 저금리 정책 덕분에 늘어났던 달러는 신흥국의 경기회복에도 큰 도움을 줬다. 저렴한 달러는 부채의 부담도 줄여줬으며, 신흥국들도 저금리 정책을 유지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달러 시대의 국제금융시장은 커다란 판도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신흥국에서 자금이 유출되는 속도는 급격하게 빨라졌다. 

중국 위안화를 비롯해 인도의 루피 등 신흥국 통화 가치는 줄줄이 하락하고 있다. 특히 위안화는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 당 7위안 선까지 위협받고 있다. 위안화 하락으로 게다가 상하이에서 은행간 대출금리도 2013년 5월 연준이 긴축 정책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했을 당시보다도 더 장기간 동안 연속해서 오르고 있다. 

위안화 하락으로 자금의 유출이 계속 되면서 달러 대비 중국위안화의 가치는 계속 떨어지고 잇다.  유리존 SLJ 캐피탈의 스테판 젠은 "현재의 상황이 2013년보다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그는 더욱 높아지는 국채 수익률과 금리 상승은 현재 미국의 상황에서는 적절한 조치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신흥국 시장에는 부채 부담이 커지면서 각 나라들의 경제에 타격을 준다. "미국의 상황은 다른 신흥국과는 다를 수 있으며,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 하에서는 다른 나라들이 입는 타격에 대해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고 젠은 내다봤다. 

 ◆ 달러중심 국제금융환경…달러 부족현상 발생 땐 큰 타격

텔레그래프는 "현재 국제금융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달러 중심적"이라면서, 강달러가 세계 경제에 가져올 타격은 예전보다 더 커졌다고 평가했다. 현재 미국을 제외한 지역에서 전세계적으로는 무려 10조 달러 규모의 달러 부채가 거래되고 있다. 이는 2002년에 비해서 5배나 불어난 것이다. 부채의 합계는 글로벌 GDP의 225%에 달한다. 

국제결제은행은 복잡하게 얽힌 글로벌 헤지 계약에 따라서 달러가 상승할 경우 유럽과 일본 은행들은 긴축 정책에 들어가면서 신흥국들에 대한 부채상황을 요구할 것이며, 이로 인한 달러 부족 현상은 전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가져 올 수 있다.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중동, 그리고 동유럽 등의 신흥국은 자국의 통화 가치를 지고 자금 이탈을 막기위해 금리를 올리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멕시코는 이미 금리 인상에 들어갔으며, 말레이시아, 브라질 등도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금리동결에 나섰다. 

BNY 멜론의 사이먼 데릭은 신흥국에서의 자금이탈이 가속화되면서 더욱 미국의 국채의 금리를 더욱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렇게 되면 달러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성장은 자유무역에 기반한 것인데, 보호무역을 주장하는 트럼프의 집권은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국 시장에 먹구름을 드리울 수 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최근의 미국과 유럽의 주식시장은 비교적 경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신흥국 금융시장이 신용경색에 빠질 경우 전세계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