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2017 예산안]최순실에 밀린 나라 살림, 표류하는 예산안
2016-11-27 12:58
예산안 졸속 심의보다 시한 넘겨도 철저히
아주경제 원승일 기자 ='박근혜 대통령 퇴진정국‘의 여파로 사상 최대인 400조 규모의 내년 나라살림이 표류하고 있다.
2017년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인 12월2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는 소위 ‘최순실 예산’ 삭감에 몰두하느라 청년일자리, 저출산·고령화 예산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예산안은 제대로 심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관련기사 5면)
최순실과 연관된 문화창조융합벨트 예산 등이 대폭 삭감되자 고속도로 건설과 같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지역구 선심성 예산 등이 슬며시 증액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과 소득세·법인세 인상 여부 등 세법개정은 여전히 여야가 대립각만 세운 채 뒷전으로 밀려난 상태다.
정부는 침체된 경제의 마중물 역할로, 역대 최대 규모인 400조7000억원의 내년 예산안을 편성했다. 지난 9월2일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 저출산 극복 지원 등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일자리 분야의 경우 올해 예산 15조8000억원에서 1조7000억원(10.7%) 늘어난 17조5000억원을 증액했다. 이중 게임(635억원), 사물인터넷 융합기술(275억원), 가상현실(VR·192억원) 등 청년들이 선호하는 유망 산업 일자리 확대에 재원을 집중했다.
보건·복지·노동 분야 예산도 올해 123조4000억원에서 6조6000억원(5.3%) 늘어 130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퇴진정국이 조성되며 내년 예산안 심사의 초점은 최순실 관련 예산으로 돌변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예산 중 1748억5500만원을 '최순실 예산'으로 보고 삭감했다. 이어 열린 예산안조정소위는 문화창조융합벨트 예산 877억5000만원을 교문위 안대로 감액했다.
문제는 삭감된 예산안 자리를 SOC, 지역구 예산 등이 비집고 들어와 증액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가 당초 570억원을 책정했던 대구순환고속도로 사업은 1835억원으로, 함양~울산 고속도로 예산도 원안보다 2배 가량 증액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회 교문위 소속 위원들이 지역구 민원으로 300억원대의 예산을 증액하는 등 선심성 예산도 고개를 들고 있다.
특별회계 편성 여부가 논란이 된 누리과정 예산은 여야간 이견이 커 당장 아이 보육 지원이 가능한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세법개정안도 야당은 재정 건전성, 조세 형평성을 들어 법인세·소득세 증세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여당은 기업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고, 고소득자에게만 세 부담을 줄 수 없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누리과정과 법인세·소득세 등은 경제 주체의 소득, 지출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심도있게 다뤄야 하지만 정쟁속에 방치되고 있다.
백웅기 상명대 교수는 “청년 일자리, 복지 분야 등 민생과 밀접한 예산일수록 증액 부문을 면밀히 살피고, 문화·예술 등 재량 지출이 급증한 분야, 60조 넘는 국고보조금 사업 등도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과감히 삭감해야 한다”며 “법정 시한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심의를 통해 지역 선심성 예산, 효율이 떨어지는 예산 사업 등을 철저히 걸러내는 작업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