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김형호의 상생협력(相生協力) "기술임치제도는 기업간 갈등의 해법"

2016-11-24 14:22

[▲김형호 대·중소기업협력재단 사무총장]
 

칡넝쿨과 등나무가 만나면 칡은 시계방향으로, 등나무는 반대로 자라는 특성으로 인해 뒤엉키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처럼 칡과 등나무가 만나게 되면 갈등(葛藤)이 생길 것이다. 원래 갈등은 심리학 용어로 개인의 정서나 동기가 다른 사람과 충돌하여 행동이 저지되는 현상을 뜻하는데 일반적으로 2개 이상의 상반되는 경향이 동시에 존재하여 어떤 행동을 할지 결정을 하지 못하는 상태를 나타낸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회갈등지수가 1.043(2011년 기준)으로 24개 회원국 중 5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사회적으로 갈등이 발생할 요인은 많지만 이를 관리할 능력은 떨어지기 때문으로 조사됐다. 특히 우리나라의 사회갈등관리지수(0.380)는 조사 대상 34개국 중 27위로 하위권이었다.

우리 사회는 기술에 대한 사회적 갈등도 만만치 않다. 특히 중소기업이 애써 개발한 독자기술이 유출되거나 대기업이 불법으로 탈취하는 때가 있어 심각한 사회적 갈등으로 번져왔다. 최근 이런 추세는 감소하고 있으나 여전히 남아 있어 기술을 두고 기업 간 갈등을 해소하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서는 2007년부터 중소기업의 기술 보호 수준, 기술정보의 관리 및 침해 현황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2015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기술 보호 역량점수는 47.6점으로 전년 대비 2.0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경쟁지수는 71.3% 수준으로 아직도 기술 보호가 미약하고 기술 수준도 낮은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중소기업이 어렵게 개발한 기술이 유출되는 원인은 보안관리와 감독체계 미흡, 임직원의 보안의식 부족, 기술 보호에 대한 낮은 인식에 기인한다. 더구나 첨단기술의 해외유출은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국가 경쟁력의 손실을 가져 온다. 2010~2014년 사이 첨단기술의 해외유출 중 64%가 중소기업에서 발생하였으며 중국진출 중소기업의 21.4%가 기술 유출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처럼 중소기업의 기술유출이 빈번한 것은 다른 기업들이 기술 개발보다는 손쉬운 방법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중소기업은 보안관리의 중요성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런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협력재단에서는 기술자료 임치제도를 도입하여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술자료임치제도는 기술 자료를 제3의 신뢰성 있는 기관에 보관하여 두고, 기술유출 등 분쟁이 발생하였을 경우 기술개발 사실을 입증하는 제도로 활용되어 갈등의 여지를 없애 준다.

기술자료 임치제도는 특허와 비교하면 계약까지의 소요기간이 짧고 저비용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아직 일부 기업들은 절차나 제도의 장점 등을 잘 이해하지 못해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잠자는 권리는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을 중소기업은 확실히 인식하고 스스로 보호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또한 대기업도 적정한 보상을 통해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상생의 정신을 가져야만 기술소유권에 대한 갈등을 치유하고 보다 선진화된 사회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