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부터 푸틴까지…일본 아베 총리 외교행보 뜨겁다

2016-11-20 14:28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과 90분간 회담한 뒤 "트럼프 당선인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는 타입이다. 선거 때와는 다른 사람 같더라."라고 측근에게 말했다고 일 언론들이 19일 전했다. 사진은 아베 총리(오른쪽)가 17일 트럼프와 회담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욕 AP=연합뉴스]


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부지런한 외교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아베 총리는 외국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회담을 가졌다. 아베 총리는 또 이틀 뒤인 19일에는 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페루 리마에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를 따로 만나 다음달 있을 정상회담과 북방영토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같은 아베 총리의 행보는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입성 뒤 급변하는 동아시아 지역 국제정세를 대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당선 뒤 예전보다 긴밀해지는 미국과 러시아 양국 사이의 관계 속에서 일본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다. 
 
◆ 아베 외교능력 시험 계기…"미·일 동맹 재확인을 위한 재빠른 대처"   

트럼프 당선인의 당선은 일본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군사, 무역 여러 분야에 있어 방위비 부담과 보호무역 등을 주장하는 트럼프의 공약들은 일본의 경제와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때문에 트럼프의 당선이후 양국 사이에 균열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그러나 일단 지난 17일 트럼프 당선인과 아베의 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끝난 것으로 평가된다. 포브스는 "이번 방문은 아베의 외교적 능력을 시험하는 중요한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아베는 시간 낭비를 하지 않고 곧장 트럼프를 만나러 왔으며, 아베 총리에게 이번 방문은 당선인의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였다"면서 "아베는 양국의 동맹이 여전히 강건한 지 확인하고자 했다"고 평가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미일동맹의 중요성, 그리고 트럼프 당선인이 반대 입장을 밝혀 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를 염두에 두고 자유무역의 중요성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현지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측근들에게 "회담이 매우 잘 진행됐다"면서 "(트럼프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는 타입으로, (앞으로 그와) 잘 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고 19일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또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 "안보나 경제 측며에서도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강조했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이번 방문을 통해 트럼프 당선인과 개인적인 친분을 쌓고 신뢰관계를 형성해 앞으로 트럼프 시대에 일본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시도였다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두 사람이 적절한 시간에 다시 만나기로 한 만큼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다음달인 내년 2월에 미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 12월 러시아와 정상회담…북방영토·경제협력 논의 

아베 총리는 러시아와의 긴밀한 관계 협력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페루를 방문 중인 아베 신조 총리는 19일 리마 시내의 호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70분간 회담을 나눴다고 일본 현지 언론들이 20일 보도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회담을 통해 다음달 15일과 16일로 예정된 양국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논의했으며, 아베 총리는 회담 뒤 기자들에게 "12월에 (푸틴 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좋은 대화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와 푸틴 대통령의 회담은 올해 들어 3번째이며, 지금까지 아베 집권기간 동안 총 15번에 달한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부각된 것은 쿠릴 열도 등 북방 영토문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아베 총리는 푸틴의 방일 준비에 더욱 속도를 내기 위해 기시다 후미오 외무 장관을 러시아에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월 아베 총리가 제시한 '8개 부문 경제 협력' 제안을 "좋은 계획"이라고 평가하면서 "인적 교류를 더욱 늘려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는 12월 양국이 정상회담을 가지고  영토와 경제협력 문제에 있어 원만한 결론에 이를 경우 양국 간의 협력관계는 더욱 긴밀해 질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회담 뒤 기자들에게 북방 영토 문제를 포함한 양국 간의 평화조약 협상에 대해 "해결을 위한 길을 보이고는 있지만,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산을 넘어 갈 필요가있다. 꾸준히 한걸음 한걸음 전진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