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 지갑을 열어라] 시니어 재테크 원칙 '안정+α'

2016-11-20 06:00

아주경제 김부원·문지훈 기자= # 올해 초 은퇴한 박지원(가명 57)씨는 퇴직금 2억원을 제대로 굴리기 위해 한 은행 자산관리센터를 찾았다. 프라이빗뱅커(PB)가 박씨에게 제시한 수익률 목표치는 연 5%다.

이런 조언대로 박씨는 정기예금에 퇴직금 가운데 30~40%를 넣었다. 나머지 돈은 주가연계증권(ELS)과 비과세 연금상품, 머니마켓펀드(MMF)로 나눠 투자했다. 그는 소액 예비자금으로 주식투자를 하면서 단기 차익도 노리기로 했다.

이처럼 은퇴 후에도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자산을 더 체계적으로 운용하려는 50~60대 시니어가 늘고 있다. 금융·증권업계도 이런 수요에 맞춰 상품과 포트폴리오를 내놓기 위해 어느 때보다 고민이 크다.

20일 금융·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시중은행은 현재 은퇴 후 퇴직금 또는 여유자금을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 자산을 보호하면서 일정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포트폴리오 구성을 중장년층에 추천하고 있다.

우선 원금 보호를 위해 정기예금 가입은 필수다. 비중은 전체 자산 가운데 40%가량이 일반적이다.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 새마을금고나 신협에 조합원으로 가입해 정기 예탁금을 넣어두는 것도 방법이다.

여기에 정기예금보다 조금 높은 수익률을 얻기 위해 ELS나 주가연계신탁(ELT), 주가지수연계예금(ELD)도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킬 수 있다. ELS는 리스크를 감안해 월 이자 지급식이면서 노낙인(No Knock-In) 구조인 상품이 적합하다. 여기에 비과세 정기예탁금처럼 절세혜택을 위한 비과세연금이나 즉시연금도 고려할 수 있다.

신현조 우리은행 투체어스잠실센터 PB팀장은 "MMF에 비상예비자금을 넣고 정기예금, ELS, 즉시연금상품에 은퇴자금을 분산하도록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 또는 외환 상품은 최근 변동성이 커진 만큼 소액으로 단기 차익을 추구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조금 더 공격적인 재테크를 위해 증권사를 찾는 시니어도 적지 않다.

김운석(가명 65세)씨는 자녀가 모두 결혼하자 새로운 마음으로 재테크를 하기로 결심하고, 한 증권사 영업점을 방문했다. 보유 중이던 상가를 처분해 4억원을 마련한 그는 1억원가량을 주식에 투자하기로 했다.

그는 매주 한 번씩 증권사를 찾아 자신이 집적 분석해 선별한 종목에 대해 담당 PB와 의논하고 매매 여부를 결정한다.

김기성 유안타증권 과장은 "그동안 시니어 고객은 채권이나 펀드 같은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투자처를 선호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주식 투자에 눈을 돌리는 중장년도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실제 고위험상품으로 분류되는 ELS 고객 가운데 절반 이상은 장년층이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6월 말 기준 은행이 판매한 ELS 잔액 27조989억원 가운데 50대 이상 비중은 68%(18조6571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10조4708억원은 60대 이상 노년층이 투자한 금액이다. 전체 투자고객(52만7995명) 가운데에서도 50대 이상(27만7911명)은 55%에 달했다.

물론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관행이 사라지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무턱대고 공격적인 재테크를 해서는 곤란하다. 한국거래소가 증권·선물사 59곳을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발생한 금융투자 민원·분쟁 건수를 조사한 결과 총 33곳에서 774건이 발생했다.

올해 민원·분쟁 신청인 연령은 평균 61세로 60세를 넘어서고 있다. 금융상품 가입시 고령자 눈높이에 맞는 충분한 설명이 부족했던 데 따른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