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트럼프 당선에 따른 중국의 계산법

2016-11-17 08:21



[김상철 前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前KOTRA 베이징/상하이 무역관장 ]

시대는 풍운아를 만들고, 그리고 그들을 가끔 최고의 반열에 올려 놓기도 한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된 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하면 전혀 의외이지 않다. 미국 밖의 여론과는 관계 없이 현재의 미국 내 상황이 미국의 유권자들로 하여금 그를 대통령을 선택토록 한 것이다. 미국의 주류 사회, 즉 백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최근 미국이 지나치게 세계주의 내지 온정주의에 휩쓸려 오히려 자국의 이익이 훼손되고 있다고 본다. 탐욕적인 정치꾼들이 미국을 약화시키고 미국 경제를 멍들게 하고 있다는 것이 미국 정통 백인들의 현재 생각이다. 특히 중산층 이하 미국 백인들은 이런 정치 지도자들의 놀음에 환멸을 느끼면서 현재 자신들을 대변해 줄 수 있는 강력하면서도 실질적인 리더를 요구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성공한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가 가장 적격인 셈이다. 실리적인 접근을 통해 미국은 물론이고 미국 국민에게 이익을 되돌려주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Make America Great Again(다시 위대한 미국 만들기)'을 달성해 나가자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공약을 가급적 준수하기 위해 미국 국익 우선의 실리적인 정책 접근에 치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침체된 미국 경제를 다시 정상적인 궤도에 올려 놓기 위한 대수술의 장정에 들어갈 것이다. 작은 정부, 규제 완화, 감세 조치, 금리 인하 등 1980년대 초의 레이거노믹스와 유사한 정책이 예상되지만 이에 더하여 신(新) 보호주의, 반(反) 이민정책 등 미국 경제의 재건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카드는 전부 동원할 것으로 보여진다. 제조업 르네상스를 통한 실물경제의 활성화와 인프라 확충을 통한 실질적인 성장 동력 확보에 방점이 찍힐 것이다. 미국 경제의 중심이 모처럼 탐욕적인 금융에서 실물로 옮겨가게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 단기적으로 너무 큰 변화에 따른 충격도 예상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예측가능하고, 미국 경제의 재건이 세계 경제의 회복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 경영에 관한 그의 기업가적 접근이 이에 익숙하지 못한 부류들에게는 불편할 수 있지만 적응이 되면 오히려 더 많은 기회를 가지게 되는 뷰류도 생겨날 것이다.

트럼프노믹스에서 나타날 또 하나의 큰 변화는 미국의 대외 통상정책이다. 철저하게‘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의 양자적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다. 미국과의 교역에서 엄청난 흑자를 누리고 있는 중국, 일본, 한국 등의 상대국에 집중적인 화살을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국가들이 환율조작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이익을 갈취해 감으로 인해 미국의 제조업이 설 자리를 잃으면서 일자리가 줄어들고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기존 미국이 맺은 양자간 혹은 다자간 무역협정도 이러한 틀에서 공정한 게임을 하고 있느냐에 초점이 모아질 것이다. 미국의 제조업자 혹은 경영자들은 이에 대해 일관된 불만을 갖고 있다. 마침내 이러한 불만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트럼프가 적시에 부상한 것이다. 이에 따라 G2로 부상한 중국과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트럼프 당선 이루 아시아 각국의 통화가 일시적으로 평가절하되고 있지만 트럼프 취임 이후부터는 평가절상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서 도널드 트럼프가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 개인적인 성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이 평소 지론은 현실적인 꿈보다 훨씬 위대한 꿈을 꾸는 것이다. 남들은 % 정도의 성장을 목표로 하지만 그는 배(倍) 단위로 목표를 잡는다. 최소 10배 성장이 그의 목표이다. 찬스는 잃어도 의욕은 잃지 않으며, 성공에 대한 최대의 원동력으로 일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낙관적이지만 낙천적이지 않고, 정신력을 전향적으로 집중시키면서 자신의 공격적 셩향을 건설적으로 활용한다. 프로레슬러처럼 이야기 하지만 남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말을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의미가 있는 말보다 꿈이 있는 말, 인간은 세상에 없는 것을 기대한다는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있다. 신상필벌이라는 인간관계의 원칙을 견지하며, 약하면 당하기 때문에 한 대를 얻어 맞으면 전차로 반격을 가한다. 나쁜 것을 생각할 수는 있지만 나쁜 행동은 하지 않는다. 집념이 성공을 보장하며, 보통의 방식으로는 결코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이 그의 평소 지론이다.

트럼프의 성향을 알면 대응방법도 나올 수 있다

내년 1월 21일 정식 취임 이후 트럼프의 이런 기질과 그의 대선 공약이 어떻게 맞물려 현실로 나타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벌써부터 그의 공약 일부가 선거용이라는 등 폐기 혹은 축소의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특히 오바마 정권이 지난 8년간 추진했던 아시아 중시 정책, 즉 ‘Pivot to Asia' 정책이 대폭 수정되거나 후퇴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이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대한 비준을 포기하고 다음 정권으로 넘기기로 함에 따라 이에 반대해 온 것이 트럼프 공약이고 보면 이미 물건너 갔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에 가장 공을 들인 일본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클린턴의 당선에 공을 들였던 아베 총리가 17일 급하게 뉴욕을 방문하여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트럼프를 만난다. 아시아에서 발을 빼려는 트럼프의 공약을 누그러뜨리고 중국에 대한 견제와 압박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할 것으로 보여진다.

트럼프 당선에 따른 중국의 계산법도 빨라지고 있다. 통상 보복에 대해 우려를 하면서도 최종 피해자는 결국 미국의 소비자가 될 것이라는 포문부터 열었다. 지난 10여년 동안 중국이 보여온 패권 전략의 일환인‘미국 빈자리 파고들기’를 더 강하게 밀어부칠 채비다. 'Pivot to Asia'로 미국에 기울어져 있던 아시아 국가들을 중국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최우선시 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Pivot to China'이다. 필린핀, 베트남, 미얀마 등 인근 국가들이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가도 하다. 미국이 TPP를 무산시킨다면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RCEP(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의 불을 빠르게 지필 것이 확실해진다. 내친 김에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실행 주체인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도 미국을 회원국으로 끌어들여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질서를 중국이 장악한다는 시나리오까지 그리고 있다. 그러나 전략이나 협상의 달인인 트럼프가 중국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관망만 하고 있을까? 트럼프 판 새로운 아시아 정책이 나올 확률이 매우 높다.

문제는 우리다. 트럼프는 물론이고 주면 인물들과의 인맥이 매우 엷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그리고 양자 협상 내지 양자 택일을 중시하는 트럼프식 성향에 우리의 저울추를 어떻게 갖고 갈 것인가도 정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양다리 걸치기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임이 예고되고 있다. 또 중국과 더불어 불공정교역상대국으로 몰려지면 이중고를 겪을 공산이 크다. 미국으로부터 오는 직접적인 피해와 중국이 입는 피해가 우리에게 까지 불똥이 번지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한미 FTA 관련 협정 미실행 분야에 대한 공세까지 받으면 일시적으로 사면초과에 몰릴 수도 있다. 북핵 문제, 주한 미군 등 안보적 이슈도 맞물려 있어 트럼프 당선에 따라 우리가 가장 큰 실질적인 피해를 보는 나라가 될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의 대응은 전혀 보이지 않을 뿐더러 국내적인 이슈에 함몰되어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있을 정도이다.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고 나야 트럼프노믹스로 인해 파생되는 긍정적 파이도 노려볼 수 있다. 너무 많은 시간이 가기 전에 우리의 정부 혹인 민간 외교 라인을 총동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