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중국 의존도를 어떻게 줄여야 하나?

2016-10-25 13:05

                                     [김상철 前KOTRA 베이징/상하이 무역관장]

[前KOTRA 베이징/상하이 무역관장 ]



지금 돌이겨보면 아찔하게 생각드는 것이 있다. 지난 1992년 중국이 우리와 수교를 하지 않았더면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오늘날까지 우리 경제가 버텨올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다. 물론 지난 20여년 동안 중국이 우리로부터 얻은 것이 많지만 우리가 얻은 것도 많다. 그래서 역사는 반복되고, 미래의 잣대로 과거를 되돌아보라고 하는 것일까. 2003년부터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부동의 우리 최대 수출시장이고, 2013년부터 우리는 일본을 제치고 중국의 최대 수입상대국이 돠고 있다. 세계 경제의 불황 속에서 양국간의 교역규모가 점진적으로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외견상으로 보면 그리 비관적이지 않다.

이 참에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자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은 잠재된 중국의 리스크와 이에 따른 성장둔화 우려 때문이다. 아직은 리스크가 오락가락하고 있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중국에 있는 우리 기업들이 졸지에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비관론까지 흘러 나올 정도이다. 또 다른 이유는 우리가 중국에 팔 수 있는 것들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중국 시장에만 올인하지 말고 다른 시장으로 다변화를 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원론적으로 맞는 말이지만 각론 부재라 씁쓸하다. 막연하게 그렇게 가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총론만 가지고는 바람직안 대안 모색이 어렵다.

지난 50여년 간 한일간의 교역 과정을 중국에 빗대어 살펴보면 우리와의 교역이 전환점에 이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한가지 다른 점이 있더라면 아직도 한중 양국간의 정치적 이해가 완전하게 해소되고 있지 않은 것이다. 한일간에도 양국간의 정치적 갈등 요소들이 교역을 위측시켰던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중국의 경우는 이념과 체제 상의 문제로 일본보다 훨씬 위험한 요소들이 내재하고 있다는 것을 결코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시장장제로 편입한 이후 단맛을 향유해 온 중국이 하루아침에 폐쇄경제로 문을 잠그기기가 그리 쉽지 않다. 양국 기업들이 쳐놓은 그물망들이 그만큼 촘촘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글로벌 디플레 현상이 장기간 지속됨으로 인해 양국 교역량이 축소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다른 원인들을 좀 세세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소위 말하는‘차이나 인사이드(China Inside)’이다. 완제품에 사용되는 소재, 부품, 장비 등 중간재에 대한 중국산 사용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와 일본과의 교역량이 줄어들고 있는 원인도‘코리아 인사이드(Korea Inside)'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에 대한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 오랜 기간 부품 국산화를 추진하였고,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두어 부품 혹은 장비들이 우리의 효자 수출상품으로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각도에서 보면 중국이 치고 올라오고 있는 것이 구태여 놀랄 일도 아니다.

자국산으로 완결형 가치사슬을 구축하는 중국판 홍색공급망(Red Supply Chain)은 더 공고해질 것이며, 이에 매달려 있는 우리나 대만 혹은 일본 같은 나라들의 수출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의 제조업이 갈수록 고도화되면서 고부가가치 중간재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가치사슬(Value Chain) 구조에서 역할이 갈수록 확대됨으로 인해 구미(歐美) 기업들과의 협력은 훨씬 강화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중·저부가가치 중간재 공급 구조로는 중국 시장에서 버텨낼 수 있는 공간이 점진적으로 축소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무조건 빨빼기 보다 양손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그렇다면 중국 시장을 타깃으로 한 중간재 수출에 대폭 수정을 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간재는 중국에서 발을 빼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중국이 필요로 하는 제품에 특화를 하되, 우리끼리만의 합종연횡에서 탈피하여 중국 토종기업들과 가치사슬을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루트를 찾아야 한다. 자동차, 조선 등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산의 가치 평가가 낮은 제품군을 중심으로 다각적인 제휴를 모색해야 한다. 중간재 수출이 어려워진다고 해서 무조건 중국 시장을 포기하고, 철수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아직도 남은 기회들이 충분히 있다. 중국 제조업의 고도화 과정에 우리가 갖고 있는 비장의 카드를 써야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의 출구 전략이 될 수 있다.

중국에 대한 우리 상품의 수출 비중을 보면 중간재가 약 80%, 완제품 소비재가 20% 내외이다. 소비 주도로 성장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중국 내수시장 공략을 해야 한다고 연일 아우성이다. 중국 수입시장에서 우리가 선두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나 소비재 시장에서는 미국이나 일본, 독일 등에도 밀리는 판세이다. 명품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나 중국 하이엔드 소비자들이 일정 수요를 유지하고 있기 떄문이기도 하다. 화장품 수출이 급증하고 있으나, 식품 수출은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통계적 관점에서 보면 미미한 수준이다. 서비스 산업 수출도 주춤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현지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늘 같은 플랜으로는 되지 않고, 다각적인 플랜 B·C·D가 나와야 한다.

늘 강조하지만 중국 의존도를 인위적으로 줄이려고 할 필요는 없다. 아직도 상당수 기업들은 여전히 중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중국 시장에 대한 목표와 비중이 자연스럽게 조정이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양손(Both Hands) 전략이다. 중국 시장의 비율을 일정 수준 유지하면서 대체 시장을 빠르게 만들어 가는 것이다. 수출 파이를 키워서 비중을 줄여야지 파이는 고정시킨 채 중국 비중만 줄이면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이 좋아질 기미를 보이고 있고,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신흥국 후보 시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이란 등으로 이들도 한 때 우리의 10대 주력시장에 포함되어 있었다. 한동안 중국만 보이고, 이들이 커튼 뒤에 가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China+1 전략을 본격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