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무책임해" VS "지도부 신뢰 없어" 새누리, 연일 '신경전'
2016-11-11 12:00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지도부 퇴진을 놓고 내홍을 겪고 있는 새누리당이 11일 또 다시 회의 석상에서 계파 간 신경전을 벌였다.
'퇴로'을 찾아야 할 이정현 대표 체제는 연일 위태로운 행보를 이어가는 양상이다. 비박(비박근혜) 의원들은 오는 13일 원외위원장 등이 가세한 '비상시국회의'도 열기로 하면서 친박(친박근혜)계와의 마찰은 한층 심화될 전망이다.
◆ 김태흠 "정진석, 최고위 불출석 무책임해"
김 의원은 "(정 원내대표가) 요즘 당 대표 사퇴를 요구하면서 최고위원회에 불출석하고 하는 것은 좋지 않다"면서, "원내대표는 당연직 최고위원으로서 최고위에서 출석해서 당내, 원내 모든 문제에 대해 협의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데 최고위는 참여 않고 원내대책회의는 주재하는 게 얼마나 모순이고 무책임하나"라고 꼬집었다.
이어 "본인의 정치적 생각과 당 대표가 달리하는 부분이 있다고 해도 협의하고 최고위에 나가 역할을 하는 게 본분"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원내대책회의도 하지 말고 아예 직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비주류들이 사태수습 방안이나 로드맵 없이 당 대표를 사퇴하라고 하는 것도 무책임하지만, 이런 주장들이 제기되는 상황 속에서 당 대표가 수습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것도 적절치 않다"면서 "거국내각이 세팅되고 특검이 가동되는 시점에서 본인이 의사결정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자 비박계 3선인 김영우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김 의원은 "지금 지도부가 수습을 얘기하지만 수습을 할 수 있는 (지도부로서의) 신뢰를 잃었다는 게 많은 의원들의 의견이고 그것이 사실"이라고 맞받아쳤다.
친박 재선으로 당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명연 의원은 아예 언쟁 자체를 놓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마치 주류, 비주류라는 표현을 써 가며 굳이 국민들에게 기싸움을 하듯 보이는 것을 즐기는 정치인들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누가 주류고 누가 비주류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것이 언론을 통해 국민과 당원에게 전달되면, '아직 정신 못 차리고 있구나'라고 걱정하는 국민들이 제일 많을 것"이라며, 전날 친박계 재선의원들의 비공개 회동이 언론에 공개된 점에 대해서도 "차라리 만나지나 말 걸 하고 후회했다"고 토로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 당을 위한 충정어린 말씀으로 그렇게 듣겠다"면서도 최고위 참석 계획을 묻자 "그럴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 의원들 불만 "'최순실 게이트' 긴급현안질의, 지도부가 질의 봉쇄해"
국회에서 이날 열린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긴급현안질의에 여당 의원들이 질의자로 나서지 않은 점도 도마에 올랐다.
김태흠 의원은 "원내지도부가 원내지도부로서의 역할을 다 하고 있는지도 돌아봤으면 좋겠다"면서 "저는 질의한다는 것도 어젯밤 늦게 들었고, 질의자에 야당은 12명이고 우리는 한 명도 없다는데 이게 전략과 전술이 아니라면 무책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을 비호하자는 얘기는 아니지만, 대통령이 아직 존재하기 때문에 집권여당으로서 국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우리의 입장을 국민에게 전달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하태경 의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당은 최순실과 공범이라는 것을 만천하에 입증한 것이니 저도 참 부끄럽다"면서 "지도부 독단적으로 새누리당 현안질의를 봉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제가 새누리당 해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해체해야 할 명백한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고도 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야당 요구하는 것에 대해 안 받아줄 도리가 없는 것 아닌가"라며 "우리도 참여하겠다고 하니 이틀을 하자고 해서, 야당만 해서 하루만 하는 걸로 조율했다"고 해명했다.
당장 12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대규모 촛불집회에 이어 13일 비박계 주도의 '비상시국회의'가 열릴 예정이어서 친박 지도부로서는 고민이 깊은 시점이다. 사태 수습 후 '사퇴' 로드맵을 제시하라는 목소리가 친박계에서도 나오면서, 사실상 이정현 대표 체제가 '식물 지도부'로 전락한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