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비상시국토론회, 거국내각구성 및 개헌 논의 촉구 쏟아져

2016-11-09 17:07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각계 원로들과 함께하는 비상시국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아주경제 이정주 기자 =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정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상시국 대토론회에서 거국내각구성과 개헌논의를 촉구하는 의견이 쏟아졌다. 시민단체와 종교계, 학계, 새누리당 의원 등이 참석한 이날 토론회에서 사회 원로들은 국정공백을 막기 위해 거국내각을 조속히 구성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또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 제왕적 권력을 지닌 대통령제에 있다며 개헌을 통해 이를 병폐를 끊어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아직도 잘못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다며 강도높게 비난했다.

김 전 대표는"박 대통령이 눈물을 보이며 사죄했지만 아직 잘못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국민 앞에 선명하게 잘못을 뉘우치고 그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찔끔찔끔 부족한 대응을 하다 보니 국민의 분노가 더 커지는 상황"이라고 청와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또 "이미 국민들은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기에 야당이 먼저 제안한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면서 “거국중립내각 이후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개헌 논의를 꺼내들었다.

김 전 대표는 “(대통령이)제왕적 권력을 지니고 있어 그 주변에 기생하고 사리사욕을 탐하는 등 인간의 못된 습성이 발생해 막을 도리가 없다”며 “이런 비극을 만들기 않기 위해 제왕적 권력구조 바꿔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태의)진상규명과 엄벌을 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안은 이런 권력을 없애는 개헌 특위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숨어서 국정 농단하고 권력형 부정비리를 저지른 사람인지 우리가 파악하지 못한 잘못에 엎드려 사죄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주영 의원도 “지금은 대통령이 신뢰를 잃어 거의 유고 상태와 비슷한 상황”이라며 “당면 과제는 여야가 협상해 총리를 빨리 임명하면서 국가를 올바르게 세우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정부형태와 권력구조개편 문제를 조속히 국회에서 개헌특위를 구성해 시민사회 및 각계 목소리를 수렴해야 한다”며 “개헌안을 마련하고 현재 대통령의 문제까지 개헌 논의에 포함시켜 안정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 원로들은 국정공백에 대한 우려와 함께 대통령의 대처에 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은 "지금 한국은 정치, 경제 등에서 대한민국의 겨울이 시작됐다”며 “얼마나 빨리 보내고 봄을 맞이할 수 있을지는 저희 의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담 스님은 "대통령이 어제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하면 하겠다고 했는데 실제 내용은 별로 없는 것 같다"며 “(이번 사태가)어떤 제왕적 권한을 가진 대통령 중심제의 문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낸 이상수 전 장관은 “‘한비자’에 의하면 (사람 인형을)조각할 때, 눈은 작게 하고 코는 크게 한다”라며 “눈은 나중에 크게 만들고 코는 깎을 수 있는 일종의 단계적 사고방식을 따른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현 사태도 이같은 단계적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라며 “내치만 거국 총리에게 맡기는 식의 단계를 밟아야지 처음부터 대통령에게 국정에서 손을 떼라는 건 온당치 않다”고 강조했다.

남시욱 석좌교수는 “현재 쟁점은 총리를 어떻게 임명하는가의 문제”라며 “국가 장래를 위해 이걸 빨리 해결해야지 일부 정치세력들이 대통령을 무력화시키는 건 대단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가전략포럼과 김학용 새누리당 의원이 공동 개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김무성·이주영·나경원·권성동·이군현·배덕광 새누리당 의원,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 영담 스님, 박남수 전 천도교 교령, 남시욱 세종대 석좌교수, 이석연 전 법제처장, 이각범 카이스트 교수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