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선] 누가 이기건 정치적 후폭풍은 이제 시작

2016-11-08 11:01

대선을 하루 앞둔 현지시간 7일 펜실베이니아 주 래커워너 칼리지의 유세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응원하는 지지자들의 모습 [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현지시간 8일 치르는 미국 대선은 마침내 승자와 패자를 가르며 끝나겠지만 그 이후에도 끈질기게 남을 것으로 보이는 것이 있다. 바로 포퓰리즘 열기다. 이로 인한 정치적 후폭풍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 대선에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와 버니 샌더스의 돌풍이 주목을 끌었다. 얼핏 보면 전혀 공통점이 없을 것 같은 이들은 기존의 이념적 한계를 거부하고 대중에 호소하는 포퓰리즘을 내세웠다.

다만 전문가들은 포퓰리즘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이 둘은 양 극단을 달린다고 보고 있다. 억만장자 사업가인 트럼프는 정부의 역할을 최대한 줄이려고 하고 자칭 민주적 사회주의자인 버니 샌더스는 정부라는 시스템에서 돈이 좌지우지하는 힘을 제거하려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경선과 대선 과정에서 생생하게 확인된 버니 샌더스와 도널드 트럼프의 돌풍은 이번 대선이 끝난 후에도 기존 소수 엘리트층이 주도하던 시스템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쉽사리 식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CNBC에 따르면 씨티그룹의 애널리스트들은 현재 대내외적으로 불고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을 “민중의 목소리(Vox populi)”라고 설명했다.

씨티그룹은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는 점뿐 아니라 정치적 지형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선진국에서 떠오르고 있는 새로운 스타일의 민중의 목소리는 기존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변화시키고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이것은 잠재적으로 경제나 시장 전망에 무척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정치적 리스크”라고 덧붙였다.

보호무역주의 역시 민중의 목소리가 만들어낸 현상으로 꼽힌다. 오랫동안 자유무역을 옹호하던 클린턴도 이번 대선에서는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나라간 무역 갈등, 교역량 감소에 따른 성장률 하락 등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TPP의 한계를 지적하고 국익을 더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보호무역주의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씨티그룹은 “이번에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대선 이후 정치적 여파는 오랫동안 이어져 투자심리와 성장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퓰리즘과 관련한 당내외 균열도 무시할 수 없다. 클린턴은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민주당 내에서 버니 샌더스 버몬트 상원의원이나 엘리자베스 워렌 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이 주도하는 포퓰리스트적 요구를 처리하는 동시에 고소득층에 대한 세율 인상, 월가에 대한 거래세 강화 등의 공약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공화당의 반발을 넘어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포퓰리즘의 부작용은 공공 기관에 대한 불신이라고 지적한다. 게다가 만약 클린턴이 당선될 경우 트럼프가 대선 결과를 불복하고 클린턴의 승리에 음모론을 제기할 경우 대중들 사이에 정치적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

씨티그룹의 티나 포드햄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번 대선에서 워낙 극단적으로 표심이 갈렸고 대립도 심각했기 때문에 누가 승리하건 당선자의 앞날이 편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기관에 대한 낮은 신뢰도, 정당의 균열, 정체성 정치, 민족 및 세대 간 대립 등의 문제들은 계속해서 정치적 리스크를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