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 당국이 홍콩 독립을 주장한 홍콩 입법회의원(국회의원 격)의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법적 해석을 내놓으면서 이들이 사실상 의원직을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발한 홍콩 시민 1만여명은 주말 거리로 뛰쳐나와 홍콩의 자주권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콩 친독립파 정당인 영스피레이션(靑年新政) 소속 식스투스 바지오 렁(梁頌恒) 의원과 야우와이칭(游蕙禎) 의원 당선인은 지난달 12일 의원 취임선서식에서 '홍콩은 중국이 아니다'라는 글이 쓰인 현수막을 어깨에 두른 채 '홍콩 민족의 이익 수호'를 주장했다.

중국 당국은 이는 기본법에 대한 도발로 홍콩의 법치를 깨뜨리고 일국양제 원칙의 마지노선을 건드렸으며 국가의 주권과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한만큼 이들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관영 신화통신 7일 보도에 따르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7일 오전 표결을 통해 홍콩특별행정구 기본법에서 공직자의 취임선서를 규정한  제104조에 대한 법률 해석을 통과시켰다.  해석에는 104조 규정에 따라 합법적인 선서를 하지 않거나 선서를 거절할 경우 관련 공직에 취임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실상 이들의 의원 자격 박탈을 요구한 셈이다. 

국무원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 대변인은 이날 "기본법 해석 통과는 중앙정부의 홍콩독립 반대에 대한 결연한 결심과 의지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인대 기본법 해석은 기본법과 동일한 법률적 효력 가지며, 기본법 관련 규정과 전인대 해석은 홍콩에서 반드시 집행돼야 한다"면서 "홍콩 독립분자들이 홍콩 정부기관에 진입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못받았다.

홍콩 주재 중국 연락판공실 장샤오밍(張曉明) 주임도 이날 "전인대의 법률 해석이 홍콩입법회 의원의 위법에 대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은 물론, 국가 안보를 수호하고 홍콩 독립세력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되고, 홍콩에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실천이 변형되는 걸 막는데 유리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명의 의원 자격 박탈 여부를 두고 홍콩 고등법원에서 재판이 진행중인 가운데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이러한 법률 해석을 통과시킨만큼 홍콩 법원도 원칙적으로 이번 결정에 따라 이들의 자격을 박탈하는 판결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전인대 기본법 해석 발표 전날인 6일 오후 홍콩 도심에서는 홍콩 독립을 주장한 입법회의원의 자격을 박탈하려는 중국 당국의 움직임에  반대하는 시위대 1만3000여명(경찰 추산 8000명)이 모여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시위대는 홍콩법원이 이미 두 의원의 자격박탈 여부를 놓고 재판을 진행하는 가운데 전인대가 그와 관련해 기본법 해석을 내놓게 되면 홍콩 사법독립이 침해당할 것을 우려하며 “중국은 홍콩 사법기관에서 손 떼라”,“홍콩은 중국이 아니다” 등의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고 거리행진을 했다. 

경찰과의 충돌 과정에서 최루 스프레이에 맞서 시위대는 우산을 펼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년 전 홍콩에서 중국 당국의 선거 개입에 반발해 일어났던 ‘우산혁명’을 연상시켰다고 보도했다. 

시위는 다음 날인 7일 새벽 3시까지 이어졌다. 이번 시위로 시위대 2명이 경찰에 연행됐으며, 시위대와 경찰 양측에서 일부 부상자도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