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20만 성난 촛불 민심'에 당혹감 속 수습책 마련 부심

2016-11-06 15:00
청와대·김병준 "자진사퇴 없다" 배수진…박근혜 대통령, 이번주 여야 회담 성사에 주력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집회에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며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주진 기자 =지난 주말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와 시국선언이 전국에서 잇따라 열리고, 서울에서만 20만 성난 촛불 민심이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우는 등 민심이 크게 악화되자 청와대는 당혹감과 긴장감 속에서 수습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 개편과 개각 등 인적 쇄신조치에 이어 대국민 담화를 통해 두 번째 사과하고 검찰·특검수사 수용 의사까지 밝혔지만,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분노의 민심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국정 수행이 불가능한 수준인 역대 최저치 5%로 추락했고, 두 번째 대국민사과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2선 후퇴’가 아니라 자신의 집권 의지만 강조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민심은 오히려 더욱 격앙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 하야 촉구 촛불 집회는 오늘 12일에는 민중총궐기대회로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고,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도 이 집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장외투쟁에 돌입할 예정이어서 청와대의 고심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청와대는 6일 오후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 첫 수석비서관회의(실수비)를 갖고 '국정위기'에 대한 향후 대책을 논의했지만 ‘국정 공백은 있어선 안된다’는 위기만 공유했을 뿐, 뾰족한 해법은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도 이번 주 일정을 최소화하면서 정국 수습책을 고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오는 10일 청와대에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외에 공식일정이 없다. 7일 수석비서관회의와 8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정치권과 민심의 역풍을 고려해 열지 않는 쪽으로 무게가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정국·국정 상황에 대해 깊이 고심하면서 다각도의 수습방안을 숙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사과문에도 언급했듯, 사회원로와 종교지도자 등 각계 인사들을 만나 여론 수렴과 소통을 위한 행보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또 여야 지도부와의 회담 성사 여부와는 별도로 대국민 담화에서 빠진 '책임총리 보장'과 '2선 후퇴' 의사를 직접 밝히는 방안도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아주경제]



청와대는 우선 이번 주 여야 영수회담 등 주로 정치권과의 협의를 통해 '위기 난국'을 타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야당이 영수회담 전제조건으로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 철회와 국회 추천 총리 수용, 2선 후퇴 등을 요구하고 있어 성사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민주당은 별도 특검과 국정조사,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 철회 및 국회 추천 총리 수용,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조건으로 '정권퇴진 운동' 가능성까지 공언한 상태다. 국민의당은 영수회담에는 긍정적이지만, 김 총리 내정자 철회를 선결 조건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김 총리 내정을 철회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이번 주 초반에 국회에 김 내정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김 내정자 역시 자진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 내정자는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딸 결혼식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 자진사퇴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는 데 대해 "그런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특히 이번 주부터는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며 야권을 직접 설득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로선 여야가 극적으로 김 총리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합의할 가능성은 ‘제로’다. 인사청문회를 열지 않으면 자연히 총리 인준․임명도 불가능하다. 이럴 경우 자진사퇴가 자연사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6일 박 대통령의 총리 지명철회, 김 내정자의 자진사퇴를 거듭 촉구하며, “박 대통령이 2선으로 물러나 국회가 추천하는 책임총리를 받아들이고 거국내각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에 끝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채 여야의 대치국면이 무한정 길어질 경우 김 내정자가 버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결국 이번 주 김 내정자 거취 문제,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시기와 방법 결정, 여야 영수회담 개최 여부 등 여야 정치권의 셈법이 뒤얽히면서 정국의 혼란은 최고조에 다다를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오는 12일 서울 광화문 등 전국에서 '민중총궐기 대회' 등 대규모 촛불집회도 예정돼 있어 민심의 향배를 가늠하는 정국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