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부동산 정책과 ‘확성기’ 이론

2016-11-04 21:38
‘행복은 미소의 뒤에 숨고, 불만은 확성기를 타고 나온다.’

 


아주경제 김창익 기자 = ‘행복은 미소의 뒤에 숨고, 불만은 확성기를 타고 나온다.’

기자가 다년간 부동산 시장 취재를 하면서 느낀 점이다. 부동산 시장에 가격 변동이 클 때 거래로 큰 이익을 본 사람들은 미소 속에 침묵하고, 손해를 본 사람들의 목소리는 마치 확성기를 튼 것처럼 커진다. 시세 변동을 이용해 큰 이익을 보는 사람은 보통 부러움의 대상이 되지만 투기꾼이란 불편한 시선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세금 문제가 겁나기도 한다. 부동산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이 침묵하는 이유다.

반대로 낭패를 본 사람들의 목소리는 커진다. 집값이 오를 때 편승하지 못한 사람은 “정부가 집값을 못잡아서 서민들의 내집 마련이 요원해진다”고 소리친다. 집값이 떨어지면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해 서민들이 하우스푸어로 전락한다”고 고함을 친다.

미디어 이론에 ‘침묵의 나선’이란 게 있다. 큰 목소리가 옳은 것처럼 들리고 다수가 같은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그 목소리와 다른 생각은 시간이 갈수록 침묵하게 되고 큰 목소리는 눈덩이처럼 불어 지배적인 여론이 된다는 이론이다. 실제 옳은 생각이 다수에 밀려 침묵하게 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 이론이다.

부동산 시장의 지배적 여론은 옳고 그름의 문제보다는 만족과 불만의 관점에서 보는 게 보다 적합하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부동산 시장에선 침묵의 나선 이론과는 반대의 현상을 보인다.

이를 확성기 이론이라고 이름을 붙여보자. 침묵의 나선 이론은 반대쪽에서 바라보면 큰 목소리가 옳고 그름을 떠나 자꾸 커진다는 의미인데 부동산 시장에선 위에서 언급한 이유들로 불만의 목소리가 성공한 사람들의 목소리보다 항상 크게 나온다.

2006년을 전후해 서민들은 집값 상승에 곡소리를 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사 큰 시세차익을 본(대부분 미실현이라도) 사람들은 침묵했다. 강남 투자로 성공한 사람들보다 시세 상승으로 내집 마련이 어려워진 서민들의 수가 절대다수였겠지만 그 목소리는 수의 우세함보다 훨신 컸다.

과천(당시 국토부 청사)에서 들으면 온통 서민들의 곡소리만 들린다. 정부는 칼을 빼든다. 금융은 조이고 세금은 높인, 투기수요 억제를 골자로한 8.31 대책이다. 떨어진 집값을 올리는 것보다는 천정부지의 집값을 잡는 게 정책 측면에서는 더 쉽다.

2~3년 뒤 대책은 효과를 낸다. 글로벌 금융위기 탓도 있지만 집값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한다. 2010년 이후 2013년 8.29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 집값은 하향 곡선을 그린다.

서민들의 곡소리는 잦아들고 강남에 아파트를 산 부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한다. IMF 이후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정부가 돈을 풀어 집을 사라고 하더니 막상 집을 사니까 집값을 떨어뜨린다고 불만을 퍼붓는다. 문제는 집값이 막상 떨어지니 서민, 중산층도 살기가 팍팍해진다는 점이다. 강남에 집을 서너채 가진 부자들은 오히려 견딜만 한데, 은행 빚을 내 막차를 탄 서민들이 또 곡소리를 낸다.

정부는 급기야 방향을 튼다. 총부채상환비율(DTI) 한시적 폐지 등 금융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8.29 부동산 대책이 나온 배경이다.

생각해보면 2010년을 전후로 집값이 떨어진 것은 2006년 전후로 집값이 급등할 때 서민들이 그토록 원했던 것이다. 다시말하면 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곡소리를 내던 서민들은 환호해야 하는 게 아닌가? 당시 그들이 미소 속에서 침묵했다.

11.3 부동산 대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강남을 중심으로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급등하고, 청약시장에 투자자들의 몰리자 정부는 다시 대책을 꺼내들었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지금의 상황은 3년 전 8.29 대책을 만든 정책 메이커들이, 그같은 정책을 만들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사람들이 그토록 원했던 상황이 아닌가? 특히 2014년 7월 초이노믹스를 만든 경제침은 노골적으로 강남 집값을 띄워 경기를 부양하자고 했던 주인공들이다. 일부 부작용을 걷어내고 나면 지금 상황은 8.29대책과 초이노믹스가 실효를 거두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는 국지적 투기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다시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기자가 말하는 게 8.31대책이나 8.29대책, 이번에 나온 11.3 대책이 잘 못됐다는 건 아니다. 정책은 밀고 나가면서 부작용에 대한 미세조정도 반드시 필요하다.

기자가 정작 말하고 싶은 건 정책이란 다소 부작용이 있어도 영속성을 갖고 지켜봐야 성공의 열매가 커지는 건데, 확성기를 타고 나오는 목소리에 지나치게 귀기울인 나머지 열매가 무르익기 전에 꼭지를 따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 대책을 만든 팀도 여러 정황들을 고민했을 것이다. 초가삼간을 태우지 않으면서 벼룩을 잡기 위해 고심을 한 흔적기 곳곳에서 역력하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예고됐을 때 많은 전문가들이 “작금의 상황이 과연 규제의 매스를 들이댈 정도로 과열인가?”라는 말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