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최순실, 안종범과 모의했다"

2016-11-02 16:22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자금 모집에 관여...2일 최씨 구속영장 청구, 안종범 피의자신분 소환

안종범(왼쪽)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최순실(오른쪽)씨. [사진=연합뉴스TV]


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검찰이 2일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60)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아울러 최씨와 함께 전국경제인연합회 및 대기업들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 재단을 위한 출연금 800억원을 강제 모금했다는 의혹을 받는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오후 3시 최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최씨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사기미수 등 2개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이 혐의만으로 최씨의 신병을 확보하는데 무리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씨의 구속 여부는 3일 오후 3시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밤 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검찰은 최씨가 안 전 수석을 앞세워 전경련을 압박하는 방법으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800억원의 출연금을 강요한 점을 확인했다. 

검찰은 공직자 신분이 아닌 최씨가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안 전 수석을 동원해 자신의 사업을 돕게 했기 때문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의 공범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최씨는 또 검찰 내사를 받는 롯데그룹을 상대로 70억원 출연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적용된 두 혐의 외에도 최씨의 혐의는 다수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최씨의 신병을 확보한 후 제기된 각종 의혹을 철저하게 수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최씨는 더블루케이·비덱스포츠 등 개인회사를 통해 재단의 자금을 빼돌리려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또 독일에서 회사를 설립하고, 주택과 말 등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외화를 밀반출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독일에 세운 8개 차명회사를 통해 자금을 세탁했다는 정황도 포착된 상태다.

이 외에도 최씨는 대통령의 연설문 사전유출 의혹 외에도 국가기밀과 외교 안보 문서를 사전에 열람한 의혹도 받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외교상비밀누설죄,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죄 등이 적용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오후 2시 안 전 수석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안 전 수석에 대한 조사는 최씨를 주로 신문했던 형사8부(한웅재 부장검사)가 맡았다.

이날 오후 1시 50분쯤 서울 서초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한 그는 "침통한 심정이다. 잘못된 부분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 재단 기금 모금과 관련해 전경련에 지시했는가', '박 대통령의 지시를 대행했는가', '재단 출연금 모금에 강제성이 있었냐', '최씨를 모른다고 했는데 맞느냐'는 등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는 "검찰에서 모두 말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검찰은 안 전 수석을 대상으로 어떤 경위와 과정으로 재단이 설립됐는지, 모금 과정에서 직위를 이용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을 방침이다.

안 전 수석은 검찰 출석을 앞두고 지인들에게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 등은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한 일이다. 최씨와 박근혜 대통령 사이에 '직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검찰조사에서 "전경련 모금은 안 전 수석의 지시"라고 말했다.

재단 자금 모금에 대해 진실게임 양상이 빚어짐에 따라 이날 안 전 수석이 검찰에서 말하는 진술내용이 사실규명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다음주 중 정호성(47) 전 부속비서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에게 박 대통령 연설문과 국무회의 자료 등을 사전에 넘겨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