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가계대출 증가 배경 분양시장·상업용부동산 투자 수요·전세난 꼽아

2016-11-01 12:00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한국은행이 최근 우리나라의 가계대출 증가 추세 배경으로 아파트 분양시장 호조, 상업용 부동산 투자 수요 증가, 전세난을 꼽았다.

한은이 1일 발간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1~8월 중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68조6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8월 중 평균 증가 규모 30조3000억원의 2배 이상인 데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1~8월 59조3000억원보다도 크다.

업권별로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과 주택 거래 둔화 등으로 증가 규모가 지난해 48조5000억원에서 올해 43조1000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풍선효과와 상업용 부동산 투자 수요 증가 등으로 같은 기간 10조7000억원에서 25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대출 종류별로는 주택담보대출(주택금융공사 정책모기지론 포함)이 올해 1~8월 중 46조6000억원 늘어 지난해 같은 기간 45조8000억원을 소폭 상회했다.

그러나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및 신용대출 등 비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은 지난해 13조5000억원에서 올해 21조9000억원으로 급증했다.

한은은 이 같은 가계대출 증가 배경으로 신규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분양시장 호조를 꼽았다. 실제 올해 1~8월 아파트 분양 물량은 26만3000가구로 전년 동기 26만5000가구와 비슷한 추세를 지속했다. 여기에 실수요뿐만 아니라 투자 목적 수요도 분양시장에 유입되면서 가계대출 증가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또 한은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투자 수요가 금융투자상품에서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으로 옮긴 것도 가계대출 증가에 일조한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2분기 상가(집합매장용) 임대수익률은 연 5.5%로 은행 정기예금 금리 1.5%나 오피스텔(4.8%), 아파트(3.6%) 임대수익률보다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아파트 분양 호조와 혁신도시 입주 등으로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 공급이 확대된 것도 맞물렸다.

마지막으로 전셋값 등 주거비용 상승도 가계대출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임대 주택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전세 시장 수급 불균형이 발생,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져 이와 관련한 대출 수요가 늘었다는 것이다. 전세자금대출은 올해 1~8월 중 5조6000억원 증가해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 규모(3조3000억원)를 상회했다.

월세와 같은 주거비와 생활비 조달을 위한 주택담보대출 및 신용대출도 꾸준히 늘었다.

한은은 아파트 분양 계약 이후 입주까지 순차적으로 실행되는 집단대출 특성상 주택담보대출이 내년 말까지 월평균 약 3~4조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전반적인 가계대출 증가세에 더해 부동산 경기에 민감한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한 가계대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지속적이고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