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연설문은 수정했지만 PC는 내것이 아니다?…의혹만 증폭

2016-10-27 08:36

[사진=인터넷]



아주경제 주진 기자 =현 정권의 비선실세로 국정개입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인 최순실씨는 27일 세계일보와의 단독인터뷰를 통해 시종일관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최씨는 각종 횡령과 이권 사업 취득 진원지로 지목된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해 자신과 아무 상관이 없으며 오히려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등 관계자들로부터 음해와 협박을 받았다. 소설을 쓰고 있다라는 논지의 주장을 폈다.

다만 최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수정에 대해서는 일부 시인하며 “박 대통령에게 머리 숙이고 죽고 싶은 심정”이라며 괴롭고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청와대 문건은 이메일로 받아봤지만, 전달자가 정호성 비서관이냐는 질문에는 “청와대 들어간 뒤로 한번도 본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처럼 최씨가 각종 의혹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했지만, 오히려 논란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 연설문은 수정했는데 테블릿PC 내것이 아니다? =

최씨는 JTBC가 입수해 보도한 테블릿PC에 대해 “자신의 것이 아니다”라고 부인했지만, PC 안에 들어있는 44개 연설문 파일과 관련, 박 대통령의 연설문은 자신이 수정했음을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연설문 수정 시기에 대해서는 대선 당시 유세문으로 국한시켰다. 대통령 연설문은 손대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는 “대선 당시인지 그 전인가 했다. 대통령을 오래 봐 왔으니 심정 표현을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드리게 됐다. (박 대통령의) 마음을 잘 아니까 심경 고백에 대해 도움을 줬다. 그게 큰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는 발언 말미에 “국가기밀인지도 몰랐다. (문제가 된다는 걸) 알았다면 손이나 댔겠느냐.”고 했다. 국가기밀인 청와대 문건을 자신도 모르게 지칭한 것인지 모호한 답변이다.

박 대통령은 최씨에게 연설문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으며, 청와대 보좌체계가 갖춰진 뒤로 그만뒀다고 밝힌 바 있다. 

연설문 수정 흔적이 보이는 2014년 3월 독일 드레스덴 연설문도 최씨의 손을 거쳤는지도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최씨의 발언으로 볼때 대통령 연설문 등 각종 발언자료도 최씨가 고쳤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테블릿PC가 최씨의 것이 아니라면, 국가기밀을 담은 연설문, 외교문서, 사진 등을 담은 PC를 도대체 누가 어떤 목적으로 갖고 있었냐는 의문이 남는다.

JTBC는 26일 보도에서 최씨가 사용한 태블릿PC의 개통자는 청와대 김한수 선임행정관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 행정관은 박근혜 대통령 대선 시절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분야 선거활동을 주도한 인물로 대선 무렵 '마레이'라는 이름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가입해 당시 박근혜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글을 올리거나 극우성향 커뮤니티의 글을 인용했고, 2013년 1월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대통령직 인수위 홍보 SNS팀장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청와대 뉴미디어실 선임행정관으로 일하고 있다.

태블릿PC에는 최씨가 저장한 것으로 보이는 김한수 행정관의 실명과 전화번호가 발견됐고, 김 행정관은 '한팀장'으로도 따로 분류되기도 했다.

JTBC는 "김 행정관이 청와대와 최 씨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의혹이 있다"며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한 적도 없던 최 씨가 사실상 비선 선거캠프 본부장이 아니었나 하는 의심을 갖게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최씨가 운영해온 박 대통령의 비선조직의 실체가 사실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 청와대 문건, 누가 전달했나 =

최씨는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이메일로 받아봤다고 했다. 문서 전달자는 밝히지 않았다. 언론에서 문서 전달자 의혹을 받는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실 비서관에 대해서는 “(정 비서관이) 청와대 들어간 이후로 만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오른팔로 이재만 총무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과 함께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다. 박 대통령은 이들 3명의 비서관을 통해 지시를 내리는 폐쇄적인 국정운영 방식을 지적받아 왔다.

이들은 박 대통령이 1998년 정계 입문 시절 최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씨의 추천으로 직원으로 채용됐으며, 이후 18년 동안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다.

최씨에게 전달된 청와대 연설문 파일 가운데 작성자 아이디로 검색한 결과 정 비서관의 아이디인 'narelo'가 작성자로 등장하는 유출 파일은 4건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JTBC가 보도한 바 있다.

이밖에 'niet24', 'iccho'라는 아이디도 등장하는데 이들도 청와대 관계자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민간인 최씨에게 중요 문서들을 조직적으로 넘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