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쓰고 덜 뽑고…수익악화에 군살 빼는 카드사

2016-10-26 15:44

아주경제 전운 기자 = 카드업계가 군살 빼기에 나섰다. 카드 사용액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순익은 줄어드는 기형적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칼을 빼든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가맹점수수료율 추가 인하 움직임, IT기업들의 간편결제 시장 진출 등으로 카드업계의 자구책이 성공을 거둘지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지적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카드의 이용액 증가율이 전년동기대비 10% 이상 증가하며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카드대출도 늘어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 카드대출 이용액은 48조3000억원으로 1조5000억원(3.2%) 늘었다.

반면 카드사의 순이익은 부가서비스 비용과 대손비용 증가 등으로 13% 가량 감소했다. 8개 전업카드사의 순이익은 9487억원으로 1년 전보다 1390억원 줄었다.

상황이 이렇자 카드사들은 조직 슬림화에 박차를 가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카드업계에서는 900명 가까운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다. 연초부터 가맹점수수료율 인하가 시작되면서 수익 악화를 걱정한 카드사들이 사실상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현대·신한·삼성·하나·롯데카드 등 5개 카드사에서 6개월 만에 총 881명의 직원이 줄어들었다. 카드사별로는 현대카드가 463명, 신한카드가 223명 줄었고 이어 삼성카드(117명), 하나카드(46명), 롯데카드(32명) 순이었다.

카드사들은 마케팅 축소는 물론 그동안 고객에게 제공해왔던 혜택까지 줄이며 허리띠를 조이고 있다. 실제로 카드사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약관 변경 신청을 20여건 하는 등 잇따라 부가서비스를 축소하고 있다.

NH농협카드는 다양한 혜택을 담은 시럽 카드를 지난 4월 출시 이후 7개월 만에 신규가입을 전면 중단했다. 고객이 너무 몰려 카드사의 손실이 예상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하나카드는 지난 1월 ‘터치(Touch)1 카드’의 미스터피자 할인율을 15%에서 13%로 줄였고, 신한카드는 ‘T스마트 빅플러스’와 ‘SKT 세이브 카드’의 신규 발급을 올 들어 중단했다. KB국민카드도 ‘스타맥스카드’와 ‘혜담(I)’, ‘비씨스카이패스’, ‘KB레일에어’ 등의 카드의 신규 발급을 멈췄다. 롯데카드 역시 가연·컬쳐랜드·ABC마트 등과 제휴한 카드 14종을 올해부터 내지 않고 있다.

또한 카드사들은 최근 5년 동안 발급가능한 카드 종류를 20~30% 가량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채용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 채용 규모를 대폭 줄이거나 예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카드는 올해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를 통해 일반직무만 총 35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하반기에 총 54명을 채용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대카드와 우리카드도 신입사원 채용 인원을 더 늘리지 못하고, 겨우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하반기 국내 소비 둔화가 전망되고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대내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가맹점수수료율 추가 인하, 핀테크 기업들의 금융시장 진출 등으로 카드업계의 악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자구책 마련이 어느때보다도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