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낙하산의 화룡점정

2016-10-24 11:40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증권 유관기관이 올해도 되풀이된 '낙하산' 인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증권금융 노조가 강력한게 반발했으나, 사측은 21일 주총을 열어 새 부사장으로 양형근 금육감독원 부원장보를 선임했다. 노조는 "증권금융은 낙하산의 꽃, 낙하산의 화룡점정으로 불리고 있고, 우리는 분노를 넘어 기가 찰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금융 정책과 시장 감시만 맡았던 금융관료가 증권금융 조직과 업무를 어떻게 알겠느냐는 것이다.

증권금융은 낙하산 논란이 이번만이 아니다. 이달 18일 정지원 증권금융 신임 사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국감에서 낙하산 인사로 뭇매를 맞았다. 조인근 전 청화대 연설기록 비서관을 증권금융 감사로 선임했기 때문이다. 정지원 사장은 금융업계 경쟁력이 약화된 이유가 낙하산 때문이 아니냐는 질문에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증권금융은 이번 부사장 선임으로 사장부터 부사장, 감사를 모두 외부인사로 채우게 됐다. 정지원 사장도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냈었다. 이런 탓에 증권금융은 이번 국감에서 낙하산 논란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었다. 노조는 "민간 금융사를 노후보장 자리로만 인식하고, 금융관료를 위한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처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조선·해운업을 비롯해 기업 부실이 커질 때마다 관치금융은 큰 논란을 낳아왔다. 경험이 없는 인사가 리더 자리를 차지하니, 경쟁력을 키우기는커녕 부실만 눈덩이처럼 불려 온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지금은 낙하산 인사를 눈감아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 실시로 사소한 만남이나 부탁조차 조심스러워졌다. 이런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는 관치인사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높은 자리일수록 더 공명정대한 검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