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2] 임정우의 첫 ‘가을 성장통’, NC 트라우마 극복이 과제
2016-10-22 08:27
선발과 불펜을 오갔던 임정우는 올 시즌 LG의 새 마무리 투수로 성장했다. 지난해 봉중근이 선발 전환을 선언한 뒤 마무리 투수로 낙점했던 정찬헌이 음주운전 파문으로 시즌을 조기 마감하고 찾은 보석이었다.
임정우의 마무리 첫 해 성적은 합격점을 받기 충분했다. 시즌 초·중반 불안한 모습도 노출했으나 시즌 후반 든든하게 뒷문을 지키며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공헌했다. 정규시즌 성적은 3승8패 28세이브 평균자책점 3.82. 블론세이브가 5차례 있었으나 세이브 부문 리그 2위를 기록했다. 부담이 큰 가을야구 성적도 훌륭했다. 포스트시즌 3경기에 등판해 2⅔이닝 무실점으로 LG 마운드의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그러나 믿었던 임정우가 무너졌다. 치열한 투수전 승리를 눈앞에 두고 역전 끝내기 패배의 빌미를 제공해 충격이 더 컸다.
지난 21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 1차전. 임정우는 2-0으로 앞선 9회말 마지막 수비 때 마운드에 올랐다. 흐름과 분위기는 완전히 LG로 기울어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임정우는 NC의 중심타선을 이겨내지 못했다.
임정우는 선두타자 박민우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뒤 권희동 타석 때 폭투로 박민우의 2루 도루를 허용했다. 권희동에게 좌전 안타도 내줬다. 계속된 무사 1, 3루 위기에서 지석훈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고 실점해 1-2로 쫓겼다.
LG 벤치의 선택은 마무리 교체였다. 그만큼 첫 승이 중요한 플레이오프 1차전이었다. 하지만 이미 넘어간 분위기를 다시 바꿀 수는 없었다. LG는 결국 이호준의 동점 적시타에 이어 용덕한의 끝내기 안타로 2-3 역전패를 당했다.
포스트시즌 처음으로 흔들린 마운드에 양상문 LG 감독의 고민도 커졌다. 임정우가 데이터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 임정우는 올 시즌 유독 NC에 약했다. NC전 6경기에서 5⅓이닝을 소화하며 1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 10.13으로 부진했다. 임정우가 상대한 9개 구단 중 두 번째로 적게 상대하고도 가장 많은 6실점을 기록했다.
양 감독은 “임정우의 구위가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몸 푸는 것을 보고 구위가 좋다면 계속 넣겠다”며 변함없이 믿음을 보인 뒤 “우리 선수들이 한 경기 졌다고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더 단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처음으로 무너진 가을야구. 임정우에게는 값진 성장통이다. 스스로 극복해야 할 산을 만난 임정우가 트라우마를 벗어내고 다시 듬직하게 돌아올 수 있을까. 올해 정규시즌 보여준 모습이라면 충격을 씻어낼 배포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