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된 롯데 ‘신동빈식 개혁’ 착수

2016-10-19 17:19
검찰, 압수수색 이후 4개월 만에 수사 종결
신격호·신동호·신동주 불구속 기소 확정
호텔롯데 상장해 지배구조 개선 재추진
정책본부 축소·사회공헌 확대 등도 계획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롯데그룹이 지난 6월 10일 압수수색 이후 4개월간 이어진 검찰 수사의 긴 터널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500여명의 임직원이 피의자 또는 참고인으로 검찰에 소환됐고, 고(故) 이인원 부회장의 자살 등으로 사실상 ‘만신창이’가 되다시피 했다.

이에 롯데는 19일 검찰이 신격호 총괄회장·신동빈 회장·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 ‘수사 종결’ 발표함과 동시에 강도 높은 개혁에 바로 착수했다.

앞서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29일 새벽 구속영장 기각 직후 기자들과 만나 “(롯데)그룹은 미흡한 부분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제가 책임지고 고치겠다. 조금 더 좋은 기업을 만들겠다”면서 신동빈식 개혁을 예고했었다.

구체적인 개혁안은 △지배구조 개선 등 윤리경영 강화 △정책본부 축소 등 조직·인사 개편 △적극적 사회공헌 등 세 가지 방향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신 회장은 구속을 면한 이후 주요 임원들에게 “수사가 끝난 것이 아니다”라면서 “롯데는 기존에 추진하던 지배구조 개선안과 기업 투명성 확보, 사회공헌 방안 등 혁신안을 성실하게 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일 롯데 연결고리끊기… ‘호텔롯데 상장’ 재추진

신 회장은 일단 불구속 기소로 ‘자유의 몸’이 된 만큼, 지배구조 개선 작업의 핵심인 호텔롯데 상장에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 형 신동주 전 부회장과 경영권 다툼에서 불거진 한국과 일본 롯데간 연결고리 끊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롯데그룹은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이 93%에 달하는 호텔롯데를 통해 지배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이 구속될 경우 그룹은 롯데홀딩스 공동대표인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의 원톱체제가 들어가 일본 매출의 18.6%에 달하는 한국롯데가 일본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지난 1월 호텔롯데는 한국거래소의 상장 승인을 받아 지배구조개선 작업에 들어갔지만, 6월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상장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신 회장은 검찰수사 이후에도 호텔롯데 상장 재추진 뜻을 내보였다.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한때 ‘롯데=일본 기업’으로 불리던 꼬리표를 떼어내고 국민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의지다.

아울러 신 회장은 지난해 말까지 80% 가까이 순환출자 고리를 끊었지만, 추가 순환출자 해소 등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지주회사 형태의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추는 방안도 이번 개혁안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의 오른팔 ‘정책본부’ 메스…인사는 연말경 예정

조직개편 작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당장 이번 검찰 수사를 불러온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몸통’으로 지목됐던 그룹 정책본부의 규모가 축소가 유력시된다.

신 회장이 정책본부장 출신인 만큼 정책본부는 사실상 그룹의 주요의사를 결정하는 컨트롤타워였지만 앞으로는 외곽에서 사회공헌사업 등을 조율하는 기능으로 바뀔 전망이다. 

현재 250명 안팎인 인원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 회장의 개혁안을 당장 추진해야 해, 인원 축소는 10% 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로 중단됐던 화학계열 등 각종 인수·합병(M&A)과 호텔롯데 상장과 일본의 지분율 축소, 현재 67개 남은 순환출자고리도 끊어내야 하는 등 정책본부가 해야 할 일은 산더미다.

다만 연말로 예정된 임원급 인사는 소폭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기존 ‘빅3’였던 고 이인원 부회장의 부재로, 소진세 사장과 황각규 사장의 투톱 체제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기업문화 개선, 적극적 사회공헌 박차

개혁안 가운데 사회공헌 분야는 벌써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 

롯데그룹은 이날 보바스기념병원을 사실상 인수, 의료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호텔롯데가 지난 13일 늘푸른의료재단(분당 보바스기념병원 운영주체) 인수 입찰에 참여해 이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국내 최고 수준의 재활요양병원으로 평가받는 보바스병원을 통해 롯데는 노인요양과 어린이재활사업에 역점을 두고 사회공헌사업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롯데 관계자는 “검찰수사로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려면 사회공헌에 더욱 힘쓸 수밖에 없다”면서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개혁안 가운데 사실상 가장 속도를 낼 분야”라며 말했다.

이밖에 그룹과 계열사의 사회공헌활동을 보다 조직적으로 기획하고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시스템 구축 방안도 개혁 과제로 제시될 전망이다.

한편 롯데그룹은 이날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 직후 “오랫동안 심려를 끼쳐 죄송하고 향후 재판 과정에서 성실하게 소명하겠다”면서 “롯데가 사회와 국가경제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성찰하고 앞으로 좋은 기업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