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발표 앞두고 딜레마 빠진 국토부...'강남'은 잡아야 하고 '경기'는 살려야 하고
2016-10-19 15:12
강남 재건축에 집중된 규제, 강남 기존 주택과 인접 지역 부동산 과열 우려
부동산 규제 대책 놓고 국토부-기재부 엇박자..."정책효과 반감 우려" 지적도
부동산 규제 대책 놓고 국토부-기재부 엇박자..."정책효과 반감 우려" 지적도
아주경제 강영관 기자 = 정부가 부동산대책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간신히 살아난 부동산 경기를 꺼트리지 않는 선에서 시장 과열을 잡아야 하지만 쉽지 않은 모습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시장 혼란을 우려해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강도 높은 대책보다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연장, 청약요건 강화 등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강남 등 집값 급등 지역만 정밀하게 적용되는 방안을 고심하는 사이에 시장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집값 급등의 진앙지로 지목된 강남 재건축 시장은 무섭게 얼어붙고 있고 강북 재건축 시장 등에는 투자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 혼란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19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우선 서울 강남3구(서초, 강남, 송파구)와 강동구 등 재건축이 활발한 지역에서 기존 주택시장보다는 청약 시장을 겨냥한 맞춤형 처방을 검토하고 있다.
집값 상승 진앙지인 강남 재건축 청약시장의 기세를 우선 잠재우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강남 재건축 청약시장의 활황 분위기를 만든 것은 단기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단타족'도 있지만 저금리로 갈 곳을 잃은 유동자금이 대거 몰렸기 때문이라는 게 문제다. 당장 청약시장을 묶어두면 압구정동이나 반포 등 기존 재건축 추진 아파트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압구정 구현대4차 117㎡는 지난해 11월 21억2000(1층)만원 거래됐던 것이 올해 5월 23억(4층)에 거래되면서 6개월 만에 1억8000억원 가량 올랐다. 구현대6차 144㎡는 지난해 10월 19억9500만원(12층)에 거래됐던 것이 올해 9월 21억(7층)에 거래되면서 11개월만에 1억원 가까이 급등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강남권 등 집값이 급등한 일부지역을 '정밀 타격'할 경우 인근 대체지역으로 유동자금이 옮겨갈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정부의 규제대상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이는 강북권 재건축 시장과 강남 인접 지역이 수요 증가에 따른 반사이익을 볼 경우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밖에 없다.
부동산 대책을 앞두고 주무부처인 국토부와 기획재정부간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점도 걸림돌이다.
국토부는 강남권 부동산 경기 과열 진정에 기재부는 경기부양과 가계부채 문제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진 상태여서 처방이 서로 다를 수 밖에 없다. 두 부처가 세부적인 대책 곳곳에서 엇박자를 내는 이유다.
예컨데 강남권 등 일부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방안올 놓고 유일호 기재부장관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반면, 국토부는 현시점에선 고려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을 놓고도 양측의 입장이 충돌한다. 기재부는 가계부채 문제 해법으로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을 옥죄면서도 LTV와 DTI는 건드릴 수 없다고 선을 긋는 반면 국토부는 필요하다면 LTV와 DTI도 규제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해진 것은 없지만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를 강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부양에 방점을 찍은 기재부 입장에선 국토부가 강남권을 중심으로 국부 수술을 해주길 바라지만, 국토부 입장에선 시중의 유동자금 자체를 줄이는 게 최선책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1분기와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이 각각 2.8%, 3.3%였는데, 건설 투자를 제외하면 모두 1.6%씩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실제 섣부른 규제 대책이 부동산 경기를 위축시킬 경우 경기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는 방증이다.
이같은 부처간 엇박자는 정책 효과 반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 가계부채 및 부동산 대책을 지난 2014년 2월과 7월, 지난해 7월과 12월, 올해 8월까지 모두 5차례나 쏟아냈지만 시장에 부동산 경기 활성화 의지와 가계부채 관리 및 감축이라는 상반된 '시그널'을 시장에 주면서 정책 효과가 미미했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지금은 강남권에 과열 징후가 있으나 내년부터는 입주 물량 압박에 경기 위축, 금리 인상 등의 변수로 자연 조정될 것”이라며 "금융권에서 대출규제를 시행해 구조적으로 대출을 많이 받고 싶어도 제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