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실손보험료가 한방진료 때문?…극단으로 치닫는 한방보험 갈등

2016-10-19 18:40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 서울에 사는 김모(67)씨는 지난 2014년 3월 교통사고로 경추염좌 및 요추간판장애 판명을 받고 최근까지 한방병원을 오가며 통원 치료를 받았다.

그는 2년간 131회 병원을 찾아 687만원 어치의 진료를 받았다. 초반에는 회당 1만1000원짜리 추나요법을 받았지만 담당 한의사의 권유로 지난해부터 3만원짜리 도인운동요법으로 바꿨다. 물리치료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하루 평균 치료비도 3만5000원(2015년 6월)에서 7만6000원(2016년 6월)로 1년 만에 2배로 늘었다. 

한방치료비 증가를 둘러싸고 보험업계와 한의학계의 날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보험업계는 한의사들이 검증되지 않은 비급여항목 치료를 늘리는 바람에 손실이 커졌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의학계는 모든 진료수가는 동일한 금액을 적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1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 진료비는 1조555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9.3% 증가했다. 이 가운데 양방의료비는 1조1978억원, 한방진료비는 3580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3.8%, 32.7% 늘었다.

한방진료비는 전체 진료비 대비 23%로 양방의료비와 비교하면 아직 적다. 그러나 통원진료비를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지난해 전체 통원진료비 5324억원 중 한방통원진료비는 2797억원으로 1년전과 비교해 32%나 증가했다. 한방진료비 증가분의 대부분이 통원진료비 상승에 따른 셈이다.

보험업계는 '한방진료비의 98%가 경상자 치료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비용을 보전하는 과정에서 손해율이 악하되고, 다시 보험료가 상승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심평원이 발표한 자동차보험 통원진료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한방병원의 인당진료비는 40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3% 증가했다. 이는 종합병원(17만7000원)보다 두배 이상 높은 수치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한의사 공급이 늘면서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자 한방병원들이 수익을 내기위해 교통사고 환자들의 비급여 치료를 남발하고 있다”며 “첩약, 약침, 물리요법 등 비급여항목이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증가하고 있는데, 한의업계는 이 비용을 무작정 보험사가 떠 안으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한의학계 반발도 만만치 않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첩약이나 침술, 물리치료 등 비급여 행위도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기준에 따라 모든 한의원에서 동일한 금액을 적용하고 있다”며 “비급여 항목 진료 후 비용청구를 위해선 심평원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한의의료기관이 임의로 과잉청구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익멱을 요구한 한 한의사는 "한방보험이 적용되면서 그동안 아파도 참았던 교통사고 후유증 환자들이 병원으로 유입되면서 전체 진료비가 증가한 것"이라며 "실손보험에 다양한 특약을 끼워팔면서 이득을 보는 보험사들이 한방진료 때문에 손해를 본다는 건 말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양측이 뚜렷한 입장차를 보이자 일단 업계는 건강보험급여 한약제제를 우선 사용하도록 하고,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자문을 얻어 경추통 등에 필요한 적정도수치료 횟수를 주 2~3회로 제안하는 등의 한방진료 개선안을 정부에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금융위원회와 업계는 합동 TF를 구성해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실손보험 상품구조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