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한국경제 길을 잃다⓷] 더딘 구조조정 경제컨트롤타워는 ‘동상이몽’

2016-10-18 15:42
대기업 인력 감축 불가피 고용한파 지속…곳곳이 파업으로 진통
재정·통화정책 다른 해법…내년 대선정국에서 소통 가능할까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기업 구조조정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1년 넘게 지속되자 기업 스스로 긴축경영에 돌입한 것이다.

경제컨트롤타워는 붕괴 직전이다. 경제수장들이 저마다 해법을 내놓으며 시장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재정과 통화 정책은 일찌감치 독자노선을 선택했다. 동시에 경기부양을 추진한다는 것은 어려워졌다는 것이 정부 안팎의 시선이다.

정치권은 서비스산업발전법, 파견근로자법 등 노동 4법 등 경제법안 처리에 뒷전이다. 대선 정국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 핵심 경제법안은 올해 국회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 통과돼도 효과가 크게 반감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파업으로 얼룩진 구조조정…1년 새 대기업 직원 5200여명 줄어

한진해운 사태가 진정국면에 접어들면서 구조조정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강성노조 파업으로 물거품이 됐다. 

기업은 정부 구조조정 압박과 더불어 노조의 강경노선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정부는 대책만 내놓은 채 기업의 어려움에는 손놓고 바라보는 실정이다.

정부의 설익은 정책에 기업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현대차는 이번 노조 파업과 특근 거부로 생산차질 규모 누계가 14만2000여대, 3조1000여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대기업 노조가 이권을 위한 협상을 벌이는 사이, 지난 1년 새 대기업 직원은 5200여명이 줄었다. 구조조정 후폭풍이 현실화된 것이다. 기업은 정부의 구조조정 압박이 거세지자 가장 먼저 인력을 감축하는 수순을 밟았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올해 반기 보고서상 별도기준 매출이 1조원 이상인 109개 상장사 직원 수가 1년 전보다 5284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109개 상장사 중 직원이 준 곳은 49.5%인 54곳에 달했다.

직원 수 감소폭이 큰 기업 명단에는 삼성전자, 두산인프라코어, 삼성중공업, 삼성전기, 아시아나항공,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대우조선해양 등이 올랐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보고서에 기재된 직원 수가 9만5420명으로 1년 전보다 3579명 줄었다. 재무구조 악화로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두산인프라코어는 2515명으로 1년 전(5272명)의 반 토막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선정국에 경제는 뒷전…예견된 진흙탕 싸움

지난 4월 여소야대 20대 국회가 출범하며 정부는 향후 법안통과 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다. 이런 우려는 20대 첫 국감에서 바로 나타났다. 각종 이슈가 터지면서 사상 초유의 여당 국감 보이콧이라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정치권은 벌써부터 대선정국으로 요동치고 있다. 경제법안은 후순위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입법에 실패한 파견근로자법·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노동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사이버테러방지법, 규제프리존특별법은 올해가 마지노선이다.

정치권 변수는 예측할 수 없는 형국으로 전개되고 있다. 잠잠하던 정치권이 예산안 심의가 임박한 상황에서 ‘송민순 회고록 파문’이 이슈로 떠올랐다.

오는 25일 예산결산특별위의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공청회’까지 파문이 일단락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대립각을 높일 경우 국회 선진화법 체제에서 예산안 자동부 조항에도 심사가 녹록치 않을 공산이 크다. 예산 심사 과정의 결정적 열쇠를 지닌 예결특위 위원장은 여소야대가 되면서 야당이 차지했다.

정부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남은 경제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하지만, 안갯속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간부회의에서 “국정감사가 마무리돼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예산 및 법안 심의가 있을 예정”이라며 “예산안과 법안은 중장기적 시계에서 현재 필요한 사항을 반영한 것인 만큼, 적기에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