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삼남매, 위기 정면돌파?(종합)

2016-10-18 18:44

아주경제 석유선·김온유 기자 = 삼성그룹 삼남매에게 요즘처럼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빈자리가 절실한 때가 있을까.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로 최대 위기에 직면한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실적 악화로 반전을 꾀하는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그리고 막내 이서현 사장 모두 아버지의 '신의 한 수'가 그립다. 그렇다고 와병 중인 이 회장에게 기댈 수도 없는 노릇. 결국 반전의 카드는 그들 스스로 ‘정면 돌파’해서 만드는 수밖에 없다.

◆이재용, 등기이사로 ‘갤노트7’ 사태 해결사 주목

이재용 부회장에겐 이미 사태 해결을 위한 ‘모법 답안’이 나와 있다.

오는 27일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에 오를 예정인 만큼, 이번 사태에 대한 해결사로서 ‘책임경영’을 제대로 보이면 된다.

해법은 이 부회장이 직접 ‘갤럭시노트7’에 대해 공식입장을 발표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 이후 철저히 CEO(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왔지만, 그룹오너 일가의 진정성 있는 목소리가 나와야만 이번 사태가 조기에 진정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삼성 내부에서도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에 오르면 ‘책임경영’ 의지를 보이는 액션을 취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이 부회장이 과거 지난해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사태처럼 대국민 사과를 할 지는 지켜볼 문제다.

갤럭시노트7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게 되면, 이 부회장은 본격적으로 경영전면에 나설 명분도 얻게 된다. 이재용식 경영, 이른바 ‘뉴(NEW) 삼성’ 경영체제를 본격화할 수 있는 것이다. 뉴 삼성의 기폭제는 12월초 예정된 그룹 인사가 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이 그동안 CEO를 앞세우고 뒷짐 지던 경영스타일에서 벗어나 최소 ‘대표이사’ 직함을 달고 나설 지도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회장 직함을 달고 이재용의 ‘뉴 삼성’을 공식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시기상조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해법은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갤럭시노트7’에 대해 공식입장을 발표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 이후 철저히 CEO(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왔지만, 그룹오너 일가의 진정성 있는 목소리가 나와야만 이번 사태가 조기에 진정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아주경제 DB]


◆이부진, HDC신라면세점으로 ‘강남 대전’ 승리해야

올 1~2분기 호텔신라의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지속 감소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오는 12월이 중대 기로에 설 시기다.

현대산업개발과 맞잡은 HDC신라면세점의 ‘강남 입성’이 실패한다면, 그간 호텔과 레저부문에서 냈던 실적이 또 다시 면세점 리스크에 발목 잡히게 된다.

앞서 호텔신라는 1분기 매출증대에도 불구,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42.6%나 감소했었다. 주 원인은 인천공항 면세점 리스크 때문. 지난해 사업구역 변경으로 규모는 줄어들었지만, 높은 임차료 때문에 적자 규모가 커져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 

2분기 매출도 전년대비 소폭 증가(13%) 했지만, 영업이익은 36.3%나 줄었다. 이 역시 면세점이 발목을 잡았다. HDC신라면세점의 용산 입성은 이뤘지만, 서울 시내면세점간 경쟁 심화에 따른 프로모션 확대 등으로 실제 영업이익률이 하락했고, 연결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3분기 실적은 그나마 턴어라운드가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심화되는 시내면세점 경쟁에서 승리하느냐가 관건이다. HDC신라면세점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강남점을 낼 계획이나, 지척인 코엑스 현대백화점에 둥지를 트겠다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의 도전이 복병이다. 업계에서는 삼성동 대전에서는 단 1곳만 살아남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증권업계는 호텔신라의 3분기 영업이익이 예상을 하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박성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국인 모멘텀이 과거 대비 약해졌고 오는 12월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권 입찰결과에 대한 예측이 어려워, 호텔신라 실적의 불확실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올 1~2분기 호텔신라의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지속 감소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오는 12월이 중대 기로에 설 시기다. [아주경제 DB]


◆이서현, 야심작 ‘에잇세컨즈’ 매출 호황 계속될까

막내 이서현 사장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사장이 진두지휘한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액 1조7383억원, 영업손실 89억원이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6.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이에 올 들어 이 사장은 과감하게 브랜드 통·폐합에 나섰다. 조직개편에 따라 별도 운영하던 연구개발(R&D) 조직을 없애 각 브랜드로 흡수시켰고, 수익이 뚜렷하지 않던 남성복 브랜드들과도 작별했다.

론칭 10년이 넘은 국내 남성 편집숍 ‘란스미어’ 팀이 사라졌고, 20년 전통의 ‘엠비오’ 도 접었다. 로가디스 프리미엄 라인인 ‘로가 디스 컬렉션’은 ‘갤럭시’에 통합됐고, 중저가 ‘로가디스 그린’은 ‘로가디스 스트리트’로 재편됐다.

여성과 아동 브랜도의 칼바람도 피해가지 못했다. 여성 액세서리 브랜드 ‘라베노바’ 사업은 중단됐고 유아용 브랜드 ‘빈폴키즈’는 남성 브랜드 ‘빈폴맨’에 흡수됐다.

다만 이서현 사장이 야심차게 선보인 의류 제조·유통 통합(SPA) 브랜드 ‘에잇세컨즈’ 만큼은 매출 호황세다.

2012년 2월 첫 매장을 연 이후 1년간 600억원의 매출을 냈고, 2014년엔 매출 15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 9월엔 중국 상하이에 플래그십스 토어를 개장 첫 주말에만 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이서현 사장이 현재의 에잇세컨즈 열풍을 얼마나 지속시킬 지 여부가 경영능력의 시험대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일부에서는 에잇세컨즈만의 브랜드 개성이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현재 에잇세컨즈는 브랜드 모델인 가수 지드래곤과의 협업제품이 주요 매장의 매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다 최근엔 동대문 옷도 사입해 유통하고 있어 삼성 물산 패션부문만의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이 사장은 남편인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의 부진한 실적도 내심 골칫거리다. 올해부터 제일기획 체제로 편입된 삼성라이온즈 야구단이 정규시즌 9위에 그친 때문이다. 일부 팬들은 올 연말 대거 선수를 충원해 타격을 살리지 못하면 삼성의 포스트시즌 탈락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비관론을 제기한다. 
 

막내 이서현 사장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사장이 진두지휘한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액 1조7383억원, 영업손실 89억원이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6.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아주경제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