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한국경제 길을 잃다] 삼성·현대차의 위기에 한국경제 '흔들'

2016-10-17 18:16
-기업 체질개선, 과감한 구조조정 필요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을 갤럭시S7, 갤럭시S7 엣지, 갤럭시노트5 등으로 교환하는 소비자에게 총 10만원(3만원 쿠폰 포함)의 혜택을 제공하기로 한 지난 13일 서울 광화문에 설치된 갤럭시노트7 광고판 앞으로 빨간불이 켜진 신호등이 보이고 있다.[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박선미·윤정훈 기자 =대기업에만 너무 의존했던 탓일까.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로부터 시작된 위기가 종래는 한국경제마저 집어삼킬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 7 판매 중단 사태와 현대차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 초래 등 최근 불거진 일련의 악재들은 한국의 경제지표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이에 대한 후유증은 4분기는 물론 내년에도 한국경제에도 영향을 미쳐 좀처럼 회복세로 돌아서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당장 갤럭시 노트7 사태와 현대차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 등은 하반기 수출실적에 악영향을 끼치는 상황이다. 실제로 17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액은 409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9% 줄었다. 이는 △현대차 파업을 비롯해 △삼성 갤럭시노트 7 판매 중단 △선박 인도물량 감소 △석유제품·석유화학 시설 정기보수 △조업일수 감소 등의 악재가 겹치며 하락세가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입 동향에서도 갤럭시 노트7 사태로 인해 지난 9월 휴대전화(부품 포함) 수출은 18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3.8%나 급감했다. 이는 4년2개월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자동차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9월까지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량은 1998년 이후 18년 만에 감소세를 기록했다.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자동차의 생산 자체도 줄어들면서 지난 7월 기준으로 한국은 12년 만에 세계 5위 생산국 자리를 인도에 내줬다.

지난 몇 년간 휴대전화와 자동차는 한국 경제에 있어 수출 효자품목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초래한 위기는 당장 기업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 전체에 경고음을 울리며 중장기적으로 한국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재채기만 하더라도 국가 경제는 중병이 아닌지 의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과 현대차 등 대기업에 의존하는 한국경제의 취약성이 여실히 민낯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대기업 위주로 경제를 꾸려온 부작용을 지적하며 대기업에 지나치게 편중된 경제구조를 개편해야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급변하는 세계 경제에 대응하는 유연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이 같은 상황은 이미 노키아를 통해 여실히 느껴왔던 대목이다.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휩쓸던 노키아는 2000년대 초반 핀란드 국내총생산(GDP)의 20~25%에 달하는 연간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삼성과 애플 등 경쟁자의 거센 추격에 노키아가 몰락하자 핀란드 경제도 휘청거렸다. 이후 핀란드 경제는 2012~2014년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실업률은 10%대로 치솟았다.

문제는 이같은 대기업 편향 구조가 지속된다면 내년에도 같은 위기가 발생했을 경우 한국경제는 더이상 지탱할 힘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성장이 아닌 버티기도 힘들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까운 일본에서의 변화는 눈에 띈다. 경쟁력을 잃은 기존 사업은 과감히 포기하는 등 주요 대기업들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소니와 함께 일본 가전업계 붐을 일으켰던 파나소닉이 좋은 예다. 파나소닉은 최근 냉장고·세탁기 등 생활가전 분야를 미국 GE와 중국 하이얼에 매각하고 인공지능(AI)주택·신재생에너지 등 신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전자와 자동차 등 한국 주력 산업의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국내 대표 기업마저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전방위 체질개선은 시급하다"며 "정부 내에서도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고 체력을 증강시키기 위해선 대기업에 편중된 주력업종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사업 구조조정을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