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한국경제 길을 잃다] 대기업 '독식 경제' 탈났다
2016-10-17 18:26
대기업에 편중된 경제구조 개혁 필요
아주경제 윤태구·박선미 기자 = 한국을 대표하는 두 개의 큰 축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위기의 수렁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연간 매출만 하더라도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1 규모인 두 기업이 나란히 위기에 빠지면서 한국 경제에도 암울한 전망이 지속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과 현대자동차의 파업으로 인한 생산 손실과 쎄타2 엔진 리콜 문제 등 두 대기업으로부터 불거진 위기는 국가 경제지표에까지 악영향을 주고있다. 이들의 위기가 곧 한국 경제의 위기라고 말하는 가운데 국가 경제에 대한 암울한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주요 대기업이 흔들리면서 생기는 부작용은 이미 가시화됐다. 삼성전자 협력사들의 경우 삼성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로 경영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국내에서 갤럭시 노트7을 만들고 있는 곳은 경북 구미내 삼성전자 스마트시티다. 삼성전자 스마트시티가 직접 관리하는 1차 협력업체는 10여곳, 2·3차 협력업체는 300곳에 달한다. 협력업체들은 갤럭시 노트7 단종 이후 부품생산 공백 장기화와 재고품 처리를 걱정하고 있다.
대기업 중심으로 경제가 움직이다 보니 생긴 현상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처럼 일부 기업의 악재가 특정 산업으로, 결국 우리나라 경제 위기로 '도미노'처럼 확대되는 구조다.
특히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사태 영향으로 지난달 휴대폰 수출은 33.8% 감소했다. 자동차 역시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본격화한 8월과 9월 수출물량이 각각 23.8%, 22.7% 줄었다.
수출 부진은 우리 경제 전반의 침체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유독 높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만 봐도 올해 4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기회손실 비용만 3조원 중반대에 달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글로벌 판매량이 1998년 이후 18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며 역성장이 예상된다. 현대차는 매출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인 영업이익률도 2011년 10.3%에서 올해 상반기 6.6%로 5년 새 반토막이 났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각 기업이 새로운 혁신을 고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삼성전자와 현대차로 비롯된 이번 위기는 수출에도 악영향을 주는 등 대기업 리스크를 보여주는 사례다"며 "주력 산업의 공백을 메울 산업 전반에 대해 정부차원에서도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특히 경영 능력을 높이고 위험 관리 역량을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현대차로 촉발된 한국 경제의 위기가 글로벌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기업 내부의 효율성을 신속하게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