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어디 갔나, 유재석의 여자들
2016-10-19 00:00
아주경제 정진영 기자 = 여성 예능인들이 사라졌다. 이경실, 조혜련 등 관록이 묻어나는 여성 예능인들은 변두리로 밀려나거나 사라졌고, 여성들만 등장하거나 여성이 고정 출연진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예능은 뷰티 프로그램에 한정돼 있다. 그 자리를 아는 것 많은, 혹은 말 많은 김구라, 서장훈, 김성주와 같은 '아재'들이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 남성들이 출연해 각국의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JTBC '비정상회담'이 인기를 얻으며 한 동안 방송가에는 외국인 남성 열풍이 몰아쳤다. 그러다 '쿡방'이 인기를 끌며 오세득, 이연복, 최현석 등 남성 셰프들의 전성시대가 이어졌다. 이젠 중년 남성들이 떼로 등장하는 MBC '라디오스타', SBS '손맛토크쇼 베테랑', tvN '뇌섹시대-문제적 남자' 등이 예능 주류를 이루고 있다. 육아도 남자(아빠)가 하고(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살림도 남자가 하고(KBS2 '살림하는 남자들'), 오디션 심사도 남자가 한다(SBS 'K팝스타').
과거와 비교할 때 이런 현상은 더욱 명확해진다. '국민 MC'라 불리는 유재석의 경우 과거 MBC '놀러와'에서는 김원희와 호흡을 맞췄고 KBS2 '해피투게더3'에서는 박미선-김신영-신봉선 등과 함께 했다. SBS '진실게임'의 찰떡커플 송은이와는 오랜 시간 여러 프로그램에서 절친 호흡을 자랑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도 '유재석의 여자들'은 나름대로 의미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원희는 7년간 SBS '자기야-백년손님' 안방마님 자리를 지키며 프라임 시간대 유일한 단독 여성 진행자로 활약하고 있다. 박미선은 웹드라마에 도전한 데 이어 MBC '미래일기'에서는 70대 노인 분장도 불사했다. 송은이는 동료 김숙과 팟캐스트 시장에 진출, '언니네 라디오'로 큰 인기를 끌었다. '언니네 라디오'는 청취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SBS 러브FM까지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