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세일 페스타, ‘유커’ 덕에 체면치레…연말 ‘소비절벽’ 우려

2016-10-16 14:14

행사 초반 인기상품의 ‘품귀’ 현상을 빚는 듯했던 5대 백화점 매출은 전년 대비 8.7%로 한 자릿수 증가에 머물렀다. 롯데백화점 6.7%, 현대백화점 5.1%, 신세계백화점 8.9% 등으로 각각 한 자릿수 상승률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블랙 프라이데이 때보다 못한 성적이다. 사진은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진행중인 롯데백화점의 한 매장 전경 [사진=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stone@ajunews.com]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행사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 국내 최대 쇼핑축제인 ‘코리아 세일 페스타’ 참여 업체의 매출이 지난해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 대비 10%의 매출 신장 효과를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예산을 투입하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 판을 키운 것에 비해 겨우 두 자릿수를 간신히 넘긴 매출 증가세는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 매출 증가율이 전년보다 20%가량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특히 올해는 면세점의 매출이 눈에 띄게 늘어, 당초 행사 취지인 내수 진작효과보다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덕에 체면치레를 했다는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4일 코리아 세일 페스타에 참여한 주요 유통업체 54개사의 매출 실적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코리아 블랙 프라이 데이(10월 1일∼11일)보다 10.1% 늘었다. 이런 행사가 없었던 2014년(10월 2일∼12일) 대비 35.8% 증가한 규모다.

면세점은 이번 행사의 최대 수혜자로, 매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중국 국경절(10월1∼7일) 연휴 특수와 맞물리면서 면세점 매출은 작년 행사 대비 29.5%나 껑충 뛰었다.

코리아 세일 페스타 할인기간 중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58만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8만명이 유커였고, 실제 면세점 매출의 58%를 유커들이 차지해 ‘큰 손’임을 또 한 번 입증했다.

지난해 16개에서 올해 106개로 참여사가 대폭 늘어난 온라인 쇼핑몰 매출은 12.3% 늘었다. 특히 평일(10월 4∼7일) 요일별로 4개 부문에서 추가 할인을 시행한 ‘사이버 핫데이즈’(Cyber Hot days) 기간 매출 증가율은 29.6%에 달했다.
 

‘코리아 세일 페스타’ 참여 주요업체의 업태별 매출액 증가율 [표=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반면 행사 초반 인기상품의 ‘품귀’ 현상을 빚는 듯 했던 5대 백화점 매출은 전년 대비 8.7%로 한 자릿수 증가에 머물렀다. 롯데백화점 6.7%, 현대백화점 5.1%, 신세계백화점 8.9% 등으로 각각 한 자릿수 상승률에 그쳤다. 지난해 블랙 프라이데이 때보다 못한 성적이다.

백화점 흥행이 실패한 이유는 태풍 등 기후의 영향으로 쇼핑객 방문이 줄고 롯데·신세계·현대 등 주요 백화점이 할인기간을 오는 16일까지로 연장하면서 소비가 분산됐기 때문이라고 정부는 분석했다. 태풍 ‘차바’의 영향권에 든 3일간(10월 4∼6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 감소했다.

치약 환불 사태를 겪은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는 매출 신장률이 1.6%로 가장 낮았다. 삼성디지털플라자·LG베스트샵·하이마트·전자랜드 등 가전전문점도 5.7%의 낮은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품목별로는 가전 매출이 48.7%로 급증했지만, 전체 매출에서 비중이 가장 높은 의류·패션 매출은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4.0% 증가에 그쳤다.

전통시장은 정확한 매출 집계가 어렵지만 중소기업청 설문 결과, 응답자의 64.4%가 전년보다 매출이 늘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평균 매출액 증가 폭은 18.5%로 조사됐다.

일각에선 작년보다 낮은 매출과 더불어 실제 소비를 늘렸다기보다는 앞으로 쓸 것을 미리 당긴 것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반적으로 소비가 늘어나는 연말에 오히려 지갑이 더 닫히는 ‘소비절벽’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통시장은 정확한 매출 집계가 어렵지만 중소기업청 설문결과, 응답자의 64.4%가 전년보다 매출이 늘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평균 매출액 증가 폭은 18.5%로 조사됐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백화점업계의 경우 추석 연휴 직후 가을정기세일기간과 코리아세일페스타가 맞물렸는데 실제 매출은 미미했다”면서 “코세페 보다는 국경절 특수에 따른 유커들의 방한이 더 큰 매출 증대의 요인으로 꼽힌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번 행사가 끝나고 나면 내국인들의 소비절벽이 우려된다”면서 “업계에서는 연말 소비가 오히려 줄어들 것이란 비관론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한편 코리아 세일 페스타의 특별할인기간은 종료됐지만 341개 참여 업체 중 197개사는 자율적으로 기간을 연장해 이달 말까지 할인행사를 이어간다. 가전 전문점과 편의점, 일부 면세점을 포함한 197개사와 서울 남대문시장(19~21일) 등 전통시장 130여개도 이달 말까지 할인 행사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