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사령탑 기상도-①] 최양희 장관 '창조경제 전도사' 순풍...최성준 위원장 '소통 부재 리더십' 역풍

2016-10-17 03:00

최양희 미래부 장관(왼쪽)과 최성준 방통위원장


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진흥과 규제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부처다. 20대 국회 개원으로 현 정부의 임기가 얼마남지 않은 가운데, 이들 부처를 이끄는 수장들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기도 과천에 나란히 머리를 맞대고 있는 최양희 장관과 최성준 위원장은 개각의 소나기를 피하면서 현 정부 장수(長壽)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들은 친근한 선후배로, 때로는 냉정한 라이벌 구도를 보이면서 국내 ICT 정책과 규제를 풀어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최 장관과 최 위원장은 '경기고·서울대' 동문이며, 학자·법관이라는 비(非)정통관료 출신이라는 점에서 취임 당시부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공식석상에서 이들이 별다른 친분을 표시하지 않더라도 그들만의 끈끈한 인맥이 형성돼 있다는 점은 업계에 널리 퍼져있다.

최 장관은 공직사회에 발을 들여놓기 앞서 정보통신표준연구센터장,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원장, 포스코ICT 사외이사, 지식경제부 연구 개발(R&D) 전략기획단 등 ICT 분야에서만 30년 이상의 경력을 쌓았다. 최 위원장도 한국정보법학회 회장, 법원 내 지적재산권법 연구회 회장 등을 지내는 등 30년 가까이 재판 업무에서 손을 놓지 않았다.

이들은 풍부한 외부의 전문 경험을 살려 정책에 융합, 본인만의 스타일로 풀어나갔다. 대표적으로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을 안착시켜 가계통신비 인하에 기여하고, 통신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등 그간의 난제들을 해결하면서 강단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최 장관의 경우 현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 성과를 알리는 데 일조하면서 '창조경제 전도사'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사석이든 공석적인 자리는 물론, 해외 순방 일정을 소화하면서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성과를 알리는 데 앞장섰다는 평가다.

다만, ICT 정책이 치중한 나머지 과학기술이 홀대되고 실종됐다는 비판은 그의 임기 내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미래부 과학정책의 컨트롤타워인 과학기술전략본부장 자리는 두 달 넘게 공석인 상태다. 현재 내부 고위공무원 27명 중 과기부 출신은 8명(29%)으로 ICT 출신 13명(48%)보다도 적은 실정이다.

최 장관이 남은 임기 내 과학기술정책을 어떻게 풀어가는지에 따라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이와 함께 창조경제의 실질적인 성과를 속도감있게 구체화하는 것과 유료방송 개편 방안, 주파수 정책 등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최성준 위원장도 출범 당시 개인정보 보호, 방송광고 규제 완화 등에 남다른 의욕을 불태우며 정책을 추진했다. 관가 안팎으로도 대법관 출신의 냉철한 판단을 기대하며 그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위원장 임기 초기부터 계속됐던 상임위원들과의 갈등과 업계와의 잦은 불통(不通)은 늘 논란의 중심이 됐다. 뜨거운 감자인 단통법 상한제와 관련해서도 미래부와의 소통이 원할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리더십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최 위원장이 최근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무단으로 불참한 점도 소통 부재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지난 7월 진행된 LG유플러스에 대한 단말기유통법 위반 조사 거부사태 관련 전체회의에서도 상임위원들과 고성이 오가는 등 웃지못할 촌극을 연출했다.

최 위원장은 공시지원금 상한제 유지 등 단통법의 수정이나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외면하고 단속에만 힘을 쏟고 있다는 혹평도 받고 있다. 여기에 유료방송 사업자의 균형 발전을 위한 포괄적인 방송정책과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활성화 정책,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 도입계획 등이 과제로 남아있다.

정부부처 고위 관계자는 "우리나라 ICT를 이끌어가는 미래부·방통위가 제대로 된 정책공조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간의 성과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해야 한다"면서 "해당 부처 수장들의 노하우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국민이 공감하고 체감할 수 있는 정책성과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