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의 클래스’ 류제국 “양현종 이기고 싶었다, 이젠 즐기자”…명품 투수전 MVP

2016-10-11 23:16

[동료들의 호수비에 환호하는 LG 트윈스 캡틴 류제국.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주경제 서민교 기자 = 토종 에이스 류제국(33·LG 트윈스)이 ‘인생투’ 클래스로 주장의 품격을 선보였다. 페넌트레이스 144경기 내내 팀을 이끌며 가을야구로 인도한 류제국은 준플레이오프로 가는 문까지 열었다.

류제국은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 선발 등판해 8이닝 동안 단 1안타만 내주고 볼넷 3개와 탈삼진 6개를 묶어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이날 던진 116개의 역투는 명품 그 자체였다.

류제국의 호투에 힘입어 0-0으로 9회말 마지막 공격에 나선 LG는 1사 만루 찬스에서 김용의가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날려 짜릿한 1-0 승리를 거뒀다. LG는 KIA에 1차전을 내줘 벼랑 끝에 몰렸으나 2차전 승리로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류제국은 아쉽게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으나 이날 경기 데일리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쫓기는 신세가 된 LG. 2차전 선발 등판은 엄청난 부담감이 따랐다. 게다가 상대는 LG에 강했던 좌완 에이스 양현종. 양상문 LG 감독은 무거운 어깨의 중책을 ‘캡틴’에게 맡겼다. 류제국은 압박감과 맞서야 했다. 그리고 그 어려운 걸 이겨냈다.

류제국은 최고 시속 145㎞ 직구에는 자신감이 넘친 힘이 실렸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커브로 승부수를 던졌다. 수비도 도왔다. 특히 오지환이 두 차례 호수비를 선보이며 류제국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류제국도 1차전 2실책으로 고개 숙인 오지환의 트라우마를 없애기 위해 경기 내내 끊임없이 격려했다.

류제국은 5회초까지 사사구 4개를 허용했으나 KIA 타선을 침묵시키며 노히트 행진을 벌였다. 류제국이 내준 안타는 6회초 1사 후 브렛 필에게 맞은 2루타가 전부였다. 이후 류제국은 7회와 8회까지 실점 없이 막아내며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

KIA 양현종도 6이닝을 5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눈부신 피칭을 펼쳤으나, 류제국의 뚝심에 밀렸다. KIA는 7회부터 필승카드를 꺼냈으나 승리는 더 잘 버틴 LG의 몫이었다.

류제국은 경기를 마친 뒤 “정말 날아갈듯 좋다”며 감격한 뒤 “3회까지는 KIA 응원 소리가 안 들릴 정도로 금방 지나갔다. 하지만 4회부터 긴장이 풀렸다. 체력적인 고비도 왔지만, 점수를 내주면 동료와 함께 지금까지 지킨 것이 무너진다고 생각하고 던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류제국은 특히 양현종과의 맞대결 승리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류제국은 “양현종을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어서 이기고 싶었다. 어떻게든 점수만 안 주면 우리가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강한 승부욕과 의지가 만든 결과였다.

이어 류제국은 “어제 경기를 마친 뒤 많이 걱정했다. 젊은 선수들이 가을야구 경험이 없어 긴장을 많이 하더라. 준플레이오프부터는 이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최대한 부담을 안 주면서 재밌게 하자고 말하고 싶다”고 말하며 주장의 임무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