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산유량 감축 동참 가능"...OPEC 원유 감산 '청신호'

2016-10-11 11:33
러시아발 긍정 신호 벌써 세 번째...11월 OPEC 정례회의에 주목

[사진=연합/AP]


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주요 산유국 중 하나인 러시아가 원유 생산량 감축에 동참 가능성을 내비쳤다. 내달 예정된 석유수출기구(OPEC)의 산유량 감축 논의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제23차 세계에너지총회(WBC)에 참석해 "러시아는 원유 생산량을 동결하자는 OPEC의 제안을 지지하고 있다"면서 "산유량을 동결하겠다는 공동 행동에 동참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다른 산유국들도 이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러시아는 OPEC 비(非)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은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10월 산유량만 지금까지 하루 평균 1120만 배럴에 이른다. OPEC 회원국과 겨뤄도 세계 3위 안에 드는 양이다.

러시아가 감산 합의에 대한 동참 의사를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이달 초에는 알렉세이 울류카예프 경제개발부 장관이 "산유량 제한을 준비하고 있는 OPEC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알렉산드르 노박 에너지부 장관도 "러시아가 OPEC 회원국들의 감산 합의에 동참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다시 한 번 동참 의사를 밝히자 유가 상승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이날 국제유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11월 인도분은 전주 종가보다 1.54달러(3.1%) 상승한 배럴당 51.3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15일 이후 가장 고가로 형성된 것이다.

12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53.14달러까지 올랐다가 현재 배럴당 52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유럽증시와 뉴욕증시도 각각 유가 상승의 영향을 받아 유가 관련 에너지주가 평균 1.5% 상승했다.

이에 따라 이런 분위기가 내달 예정돼 있는 OPEC 정례회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OPEC는 지난달 말 알제리에서 열린 회의에서 하루 평균 산유량을 현재의 하루 3320만 배럴에서 3250만~3300만 배럴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는 방향에 잠정 합의한 상태다.

이후 산유량 감산 위원회를 발족해 회원국별 감산 목표치를 정한다는 방침이다. 이 내용은 11월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되는 정례회의에서 확정될 전망이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러시아의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OPEC 회원국 간 합의가 이뤄지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등 주요 OPEC 회원국 간 입장 차이가 분명한 탓이다. 또 합의가 이뤄져 유가가 반등하더라도 셰일 원유 생산량이 늘고 있는 만큼 상승폭을 제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