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이정현, 여의도 '외곽' 정치 독 되나
2016-10-10 18:30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국회로 복귀했다. 단식 투쟁을 끝내며 구급차에 실려 국회를 나간 지 약 1주일 만이다.
민생행보를 재개한 이 대표지만, 정작 '여의도 정치'에서 존재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되새겨볼 일이다. 연말 대선정국을 앞둔 상황에서 당 대표로서의 리더십 회복이 절실한 때다.
10일 이 대표는 국회에서 정부와 당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태풍 피해 관련 당정협의를 주재했다. 태풍 '차바' 피해가 발생한 당일과 부산 현지 긴급당정협의에 이어 세번째다. 회의가 끝난 직후에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도 참여해 질의에 나섰다.
그는 일주일간의 단식 후유증 때문에 링거를 맞아가며 움직였다. '민생'을 강조하는 이 대표다운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이 대표의 행보가 현재의 국회 상황을 간과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점이다.
여당 대표의 단식과 국감 보이콧은 애초에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처리한 정세균 국회의장과 야당의 태도에 반발해 시작한 싸움이었다. 대선 정국을 앞두고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신경전이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투쟁이 끝났지만, 돌아온 이 대표가 보인 행보는 여의도 정치가 아닌 여의도 '외곽' 정치다. 연말 대선정국을 앞두고 당을 수습하고 결속력을 높여야 할 때, 이 대표의 민생 행보는 자칫 그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의 배종찬 본부장은 "국정감사 정국에서 원내대표가 여야 관계를 관리한다면 당 대표는 당이 나가야 할 프레임을 제공하며 총괄 관리의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이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압도적인 영향력에 의해 오히려 대표로서의 역할은 제한적"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등 청와대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로 야당의 공세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인만큼, 이 대표가 당·청관계에서 대표의 입지를 활용해 국면을 타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배 본부장은 "의혹들을 일정부분 해소하는 차원에서 이 대표가 청와대 조직 개선에 대해 목소리를 낸다면 위상을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는 일부 비박계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나온다. 비박계 5선 중진인 정병국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대통령께 올바른 진언을 하고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이야기를 하면 비박이 되고, 무조건 옹호를 하면 친박이 되는 현 실태가 안타깝다"면서 "그것이 결국 대통령을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