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호 태풍 차바 역대급 강풍… 전국 피해 잇따라 속출

2016-10-05 17:31
사망·실종자 발생… 전남도 농경지 막심한 피해

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제18호 태풍 '차바(CHABA)'가 역대급 강풍과 물폭탄을 동반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역대급 강풍으로 제주도를 강타한 뒤 5일 오전 남해안을 따라 부산과 경남, 전남에 큰 피해를 입혔다. 제주와 부산, 울산에서 5명이 사망했으며 하천 범람으로 주민 수백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농경지 피해도 막심했다.

제주 가장 먼저 관통 2만4998가구 정전

태풍 '차바'가 제주도를 가장 먼저 관통하면서 2만4998가구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제주화력발전소 5기 가운데 2기가 가동이 중단돼 2만4998가구가 정전 피해를 봤으며 32%(8037가구)만 복구된 상태다.

이날 오전 7시 4분께 제주항 제2부두에서 정박 중인 어선에 옮겨타려던 선원 추정 남성 1명이 바다로 떨어져 실종됐다.

제주 한천이 이날 오전 4시쯤 범람했고 서귀포에 정박한 5.7t급 어선 1척이 전복됐다. 제주시내 가로수 3그루와 전봇대 1개, 간판 8개 등이 강풍에 쓰러졌다. 제주 1132번 국도가 통제됐고 항공편은 제주발 17편과 충주·대구에서 제주로 가는 2편이 결항했다.

여객선은 2개 항로 2척(부산∼대마도, 후쿠오카), 국내선 53개 항로 77척(목포∼제조, 여수∼제주, 완도∼청산, 포항∼울릉, 통영∼욕지) 등 노선이 통제됐다. 지리산과 한려해상, 다도해 등 국립공원 15개의 289개 탐방로도 통제되고 있다.

제주와 전남의 유치원, 초·중·고교 등 76개교에서 등하교 시간을 조정했고, 이날 오전 10시 30분을 기해 제주도 전역의 태풍경보가 해제됐다.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쑥대밭… 울산도 사망·실종

부산 지역에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태풍경보가 내려진 새벽부터 장대비와 함께 최대순간풍속 20m/s가 넘는 강풍이 불면서 바닷물이 육지로 유입되는 등 심각한 피해가 잇따랐다. 부산 최고 부촌인 해운대 마린시티도 피해를 입었다.

이날 오전 부산소방본부에 따르면 80층 아파트를 비롯해 초고층 아파트가 밀집해 '해운대의 맨해튼'이라고 불리는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내 해안도로 곳곳에 난간이 파손됐다.

인명피해도 발생해 2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이날 오전 11시쯤 부산 영도구 고신대 공공기숙사 공사장에서 타워크레인이 넘어지면서 컨테이너를 덮치면서 근로자 59살 오모씨가 깔려 숨졌다.

앞서 오전 10시 50분쯤에는 부산 수영구 망미동 한 주택 2층에서 90세 박모씨가 강풍에 밀려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오전 10시 40분쯤에는 부산 강서구 대항동 방파제에서 어선 결박 상태를 점검하던 57세 허모씨가 높은 파도에 휩쓸려 실종되기도 했다. 오전 7시쯤 제주항에서는 남성 1명이 어선에서 추락해 실종됐다.

울산에서도 급류에 휩쓸린 시민 2명이 사망하고 119구조대원 1명이 실종됐다.

전남도내 농경지 1183㏊ 대규모 피해

전라남도에서는 농가의 피해가 컸다. 전남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도내 1183㏊(357만8575평) 논에서 벼가 쓰러진 것으로 집계됐다.

완도가 709㏊(214만4725평)로 가장 많았고 신안 283㏊(85만6075평), 장흥 95㏊(28만7375평), 보성 65㏊(19만6625평) 등이었다. 풍작에 따른 쌀값 하락으로 시름 하던 농민들은 이중고를 겪게 됐다.

태풍 영향이 컸던 전남 동부권 지역 피해가 아직 반영되지 않아 시·군별 집계가 완료되면 피해 규모는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배, 감, 사과 등 수확기를 맞은 과일들의 낙과 피해도 우려된다.

통상 낙과 피해는 태풍이 지나간 뒤 농민들이 현장을 확인하고 읍·면사무소 등에 신고하는 사례가 많아 본격적인 집계까지는 시간이 더 걸린다고 전남도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