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책을 만나다] '깜깜이' 국정원이 섬기는 것은 누구인가?

2016-10-06 06:00
시크릿파일 국정원 |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이렇게 어려웠던가 | 한국사에 숨겨진 경제학자들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밀린 집안일, TV리모콘과의 손가락 씨름, 아이들과 놀아주기 등 주말·휴일엔 '의외로' 할 일이 많아 피곤해지기 일쑤다. 그렇지만 책 한 권만 슬렁슬렁 읽어도 다가오는 한 주가 달라질 수 있다. '주말, 책을 만나다'에서 그런 기분좋은 변화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 '시크릿파일 국정원' 김당 지음 | 메디치미디어 펴냄
 

'시크릿파일 국정원' [사진=메디치미디어 제공]

 
자본과 인력의 국경이 무의미해지며 각 나라 정보기관들은 할 일이 많아졌다. 하물며 전 세계 동시다발적인 테러까지 일어나며 정보기관은 더 이상 '음지'에서만 일할 수 없게 됐다. 조직은 비대해졌고, 임무는 갈수록 많아졌다. 문제는 이런 상황과 맞물리며 비정상적으로 커진 '권력'이다.

미국 CIA, 영국 MI6, 이스라엘 모사드, 독일의 연방정보부 등 세계 유수의 정보기관들은 임무를 분산해 효율적으로 조직을 운영하고, '능력만 있으면 차별은 없다'는 원칙아래 동성애자·양성애자·성전환자에게도 채용 문을 열었으며, 예산과 구금·신문 프로그램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우리 국가정보원은 어떤가? 

국정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가 서울 남산을 떠나 내곡동 시대를 연 1995년부터 "국가정보기관은 정권이 아닌 시민에게 봉사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국정원의 폐쇄적인 조직 운영과 정보 독점의 폐해, 불법 행위 등을 추적해 온 저자 김당은 △권한 제한 △인재 양성 △임무 분산 △조직·예산 공개에서 국정원의 미래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하며, "국정원이 '정보공개는 국가안보의 위기를 부른다'고 변명하지만 이는 엄밀히 말해 국가의 위기가 아니라 '방만한 운영을 한 정보기관과 그 관계자'의 위기"라고 일갈한다. 

이 책은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과거와의 결별'을 선언하며 국정원의 조직구조·예산·공작 등 거의 모든 곳에 칼을 댄 '국정원 개혁' ,그리고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권력 유지를 위해 국정원을 과거의 중앙정보부·안기부처럼 이용해 불법공작을 자행한 일을 날카롭게 파헤진다. 

2007년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건 당시 한국 정부가 탈레반에 제공한 인질 몸값의 구체적인 액수와 이를 뒷받침하는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인터뷰 일부도 최초로 공개된다.

노 전 대통령은 탈레반과의 직접 협상에 나섰던 국정원 직원을 노출시키는 등 논란을 빚었던 당시 김만복 국정원장을 "국정원 업무가 무조건 공개돼서는 안된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두둔했고, "어느 때부터 돈이 좀 들 거란 말은 있었어요. 그런데 그 뒤에는 내가 의도적으로 보고를 안 받았어요…(중략). (몸값 준 것을) 공식적으로는 부인해야죠"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5년 동안의 탈북자 정보와 이들에 대한 국정원의 비인간적인 처우, 관리 부실 등의 문제를 다룬 부분도 눈여겨볼 만하다. 탈북자 중에서도 특수경력자는 호화 독립 가옥으로, 가난한 탈북자는 국경 지뢰밭으로 보내는 국정원의 행태와 현 정부의 탈북자 '재고처리·끼워팔기'는 가히 아연실색할 수준이다. 

정보·보안·수사 기능을 틀어쥐고 있는 '깜깜이' 국정원이 국민의 신뢰를 얻게 될 날은 언제일까. 

664쪽 | 2만8000원

◆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이렇게 어려웠던가' 옌스 코르센 外 지음 | 이지혜 옮김 | 와이즈베리 펴냄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이렇게 어려웠던가' [사진=와이즈베리 제공]


잘 만나고, 잘 어울리고, 잘 이별하는 것이 참으로 힘든 시대다. 그래서 그럴까. 자기계발, 심리학, 사회학, 과학에 이르기까지 '인간관계'를 다룬 책이 홍수를 이루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독일의 대인관계 전문가 옌스 코르센과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 연구소 막스플랑크의 행동심리학자 크리스티아네 트라미츠는 어색한 대면, 친구에게 느끼는 배신감과 질투, 실제 만남보다 편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직장 내 뒷담화 등 서투르고 불편한 우리의 일상을 조명한다. 

두 저자는 "인간의 사고와 행동은 내면의 '평가자' '경고자' '공감자' '비교자' 등 11가지의 '은밀한 동반자'들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으며, 각 상황에서 어떤 동반자가 활동하느냐에 따라 타인과의 관계가 수월하게 풀릴 수도,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한다. 각 동반자가 어느 상황에서 긍정적인 힘을 발휘하는지 성찰해야 타인과 상호 발전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여느 자기계발서처럼 단순히 기술적인 처세술의 나열에 그치지 않는다. 인간관계로 왜 고민할 수밖에 없으며, 어디서부터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부분부터 짚기 때문이다. 각 장에서는 다가서고, 어울리고, 갈등을 빚고, 헤어지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각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대인 문제의 다양한 사례와 그 해결책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두 저자가 40여 년에 걸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심리 이론과 실전 훈련법, 생물학·행동심리학적 최신 연구 자료는 이별 범죄, 데이트 폭력, 존속 살해, 스폰서, 뇌물수수 등 갈수록 흉포해지는 '관계'의 문제들로부터 '나'를 안전하게 지켜줄 예방제이다.

392쪽 | 1만5000원

◆ '한국사에 숨겨진 경제학자들'  최태성·박정호 지음 | 탐 펴냄
 

'한국사에 숨겨진 경제학자들 '[사진=탐 제공]


역사와 경제를 넘나들며 인기를 끈 팟캐스트 '한국사에 숨겨진 경제학자들'이 책으로 나왔다. 

역사 교사 최태성과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연구원 박정호는 경제학이 서양의 전유물이라는 통념에 맞서, 우리 역사 속에서도 경제학 원리를 살필 수 있음을 여러 선조들의 업적을 통해 증명한다. 두 저자는 단군신화부터 조선 후기 실학 정신까지 역사 곳곳에서 우리 선조들의 높은 경제적 식견과 지혜를 찾아낸다. 

우리나라 역사 교육은 대체로 왕조사 중심의 관점에서 이루어져 왔기에 '과연 그 속에 '경제학자'라고 부를 만한 인물이 존재할까'라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그렇지만 태초에 단군이 국가를 지배하기 위해 가장 먼저 제시한 통치 철학은 다름 아닌 경제 문제였고,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저술해 경제학의 효시를 키웠던 시기에 다산 정약용은 국가가 경제적으로 풍요해지기 위한 방안으로 분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속에도 경제적인 원리가 숨어 있고, 박제가는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달의 주요 원리였던 표준화와 물류시스템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이해하고 있었다. 두 저자는 "이처럼 한국사를 경제적 관점에서 살펴본다는 것은 역사 속에 숨은 경제 원리를 발견해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조선 시대 후기부터 고조선까지 시대의 역순으로 구성돼, 경제가 현재의 우리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음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팟캐스트 방송에서는 부족했던 역사적 배경 설명이나 경제학 개념도 보충했다. 

252쪽 |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