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차 한 잔] 조계종단이 우희종 교수를 고소하면 생길 일들
2016-09-30 15:58
칼럼니스트(문학박사)
김근수, 김용민, 우희종, 이종우가 엮은 '쇼! 개불릭 씹고, 뜯고, 맛보는 종교 이야기'(바다출판사)가 지난 10일 발간됐다. 도서를 검색해 보면, "한국 3대 종교인 개신교, 불교, 가톨릭 대표 세 명이 종교별 주요 시사를 다루는 팟캐스트 '쇼!개불릭'을 바탕으로 한 쇼!개불릭은 종교계의 실상을 보여주는 책으로 저자들이 성직자가 아닌 평신도라는 점에서 더 거침없고, 구체적이다. 주로 종교계에서 일어난 주요 사건들을 화제로 삼고 있지만, 그 사례들의 뿌리는 한결같다. 돈과 권력을 좇고, 약자의 눈물엔 돌아선 개불릭 모습이다. 저자들은 이런 종교계를 변화시킬 힘은 바로 평신도에게 있다고 입을 모은다"고 소개돼 있다.
이 책이 나오고 나서 다른 종교보다도 불교, 그 가운데서도 조계종이 매우 커다란 관심을 보여, 조만간 이 책이 불교계 베스트셀러에 등극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지난 19일 대한불교조계종 종무원 조합은 우희종 교수가 쇼! 개불릭에서 "한국불교는 변태불교다"(106쪽), "조계종단은 늘 약자의 등에 빨대 꽂고 돈만 보면서 산다"(202쪽), "한국사회에서 불교가 더는 제 역할을 못하고 단지 일부 승려들의 재산 증식 사업 장소로 전락"(327쪽), "사찰들 이면을 보면 암흑가 갱단 같다…보스로서 종교 비즈니스의 왕이 총무원장이고, 이면의 몇몇 작은 보스들이 총무원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59~60쪽), "오후에 경찰이 강제구인 하겠다고 등장을 해서 쇼를 벌이고, 종무원과 스님들이 나와서 막 막는 쇼를 벌인 거죠.… 그런 쇼를 부리다가 갑자기 자승이 신의 한수를 딱 둡니다. 결과적으로 경찰하고 총무원은 멋져 보이게 되고 민노총만 사기당하고, 이렇게 된 거죠"(127쪽) 등으로 표현한 것에 대해 "근거도 없는 내용을 사실인 양 허위 발언으로 종단을 폄하하고, 종무원들에 대한 모욕과 명예훼손을 했다"고 반발했다.
우 교수는 "종단 권승들의 민낯을 지적한 저의 표현으로 그러한 순수한 종무원이 받게 되는 상처에 대해서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그 점이라면 얼마든지 사과할 의향도 있다"면서도 "종단 집행부의 위선적 행태를 지적한 내용 자체에 대해서 사과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우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30일 토론하자고 함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리 일방적으로 총동원해서 대외적으로 떠들고 있는 것은 왜일까? 공개 토론에서 당당히 논의하고 잘못을 지적해서 사과시키면 되는 것 아닌가? 뭘 그리 세몰이 해서 뭔가 하려고... 이제는 조계종단 승가 그 자체가 붓다의 가르침과는 전혀 다른, 일종의 파계 행위를 하고 있다. 더욱 더 내 지적에 걸맞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 교수에 대한 불교계의 '융단폭격'이 진행되는 가운데, 중도적인 입장을 견지해 온 미디어붓다의 이학종 대표기자는 23일 “종단지도부 성숙하게 대처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촘스키의 진실을 향한 지적 성찰과 지식인의 역할을 거론하며, “한 지식인 불자를 대하는 조계종의 반응을 보고 차분한 대처가 아쉽다. ‘과녁’을 봐야지 ‘표현’에 연연해서 되겠나"며 조계종에 조언했다.
지금 우 교수를 비난하고 있는 승려들에게는 가장 기본적인 덕목인 ‘내 탓’이 없다. 우교수의 지나친 감이 없지 않은 발언 역시 수용하고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 하는 승려들이 참회는 하지 않고 소송을 하겠다는 것은 결국 밖에서 보기에는 우 교수의 말이 맞다는 것을 증명할 뿐이다. 먼저 책에서 기독교와 가톨릭은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봐야 하는데 이에 대한 논의는 없다.
아울러 정말 우 교수가 잘못된 비난을 한 것이라도 ‘불기자심’, 즉 자기의 마음을 속이지 말고, 불보살의 포용적인 미소를 보이며 참된 수행으로 더욱더 정진해 불자들에게 ‘행복’을 선사하면 그만일 따름이다. 주변의 불자들마저 우 교수의 언행보다는 종단의 모습에 실망하고 있는 것은 왜인지 더 늦기 전에 깊이 성찰해야 한다.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는 차기 총무원장 선거에서도 자승 원장은 이미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나 보다. 모두들 왜 이렇게 앞장서서 나서는지 모르겠다. 맨 나중에 웃는 자가 최후의 승리자다. 좀 더 신중하게 불심을 바라보며 ‘내일’을 준비하면 어떨까? 지금 당신은 어디에 서 있는지 보고 있는가? 서두르면 도매금으로 넘어갈 따름이다.